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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찬반토론] 정부가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하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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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는 주주총회, 이사회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주식회사의 운영 뼈대가 된다. 경영자와 직원, 흔히 노사(勞使)라고 하는 사용자와 노동자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경영자와 근로자는 여러 측면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이런 구도에 작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정부가 공기업(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를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정부 의도대로 내년부터 시행되면 민간 기업에 미칠 파급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노동이사제는 서울시에서 일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독일 등 노동권이 강한 국가들에서 도입됐지만 논란이 많은 제도다. 한국 현실에서 노동이사제는 필요한가.

○찬성

“노동계 경영참여로 협력 강화"

노동이사제 도입은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으며,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미 2016년 9월 시의회의 조례 제정으로 먼저 시행에 들어갔다. 이를 따라 경기 성남시 등도 도입을 추진 중일 정도로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인사를 이사회 등에 참여시키자는 노동이사제는 근로현장 목소리를 경영에 적극 반영하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공기업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다는 명분도 있다. 노동계의 경영참여는 파업의 길보다 노사협력의 길을 구현할 것이며, 경영자 측의 우월적인 지위 남용도 근절시킬 수 있는 좋은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노사가 경영 현안을 두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며 책임도 함께 지면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10여 년간 1인당 소득 2만달러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높이 발전하려면 노사관계도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 배제, 억압, 갈등의 관계가 아니라 참여, 협조, 상생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논리다. 노동자 대표를 노동조합 추천 등으로 이사로 선임해 경영에 동참시키면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노동자 존중의 문화가 확산되면 이른바 ‘갑질’ 문화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물론 권한을 부여받는 만큼 노동계가 그에 부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 노사정위원회 같은 사회적 협의체만 봐도 노조의 경영참여 확대는 하나의 대세다.

○반대

“경영의 자율성 해칠 가능성 독일서도 노동이사제 부작용 커”

경제단체를 비롯한 경영계와 학계의 다수가 노동이사제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명분이나 이유는 그럴듯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무엇보다 노동이사제가 기업의 자율성과 경쟁력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공기업은 대개 시장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어 덜하지만, 민간기업에서 노조대표의 경영참여는 중요한 순간에 의사결정부터 느리게 할 수 있다. 경영정보가 노조로 넘어가면 회사의 기밀 유지에도 어려움이 있고, 노사관계가 나빠질 경우 사측은 속수무책이 된다. ‘경영의 책임성 강화’도 경영 결과에 대한 책임이 모호해진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치적 역량과 사회적 영향력을 키운 노조가 공기업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장악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관치(官治)의 해악도 큰데 노치(勞治)라는 말이 나오게 될 판이다. 이해관계자의 한 축으로 노조의 경영참여라는 주장도 있지만, 무수히 많은 기업의 이해관계자 중 굳이 노조만 경영에 참여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독일 등이 시행한다지만 한국과는 기업의 역사나 노조관계의 경험이 완전히 다르다. 그나마 독일에서도 노동이사제의 폐해가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으며, 다수 기업인들이 이 제도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공기업은 특성상 늘 구조개혁의 대상이다. 방만한 경영이나 관료화된 체질의 개선이 필요한데 노조대표가 이런 고통스러운 일에 과연 동의할까. 노조 출신 낙하산 대표이거나 친노조 성향의 경영진일 경우 공기업들은 구조개혁과는 반대의 길로 갈 것이다. 노조의 경영참여는 이사 선임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하기

"주주자본주의에 맞지 않아… 공기업 구조조정은 불가능해져"

노동이사제는 ‘사회적 경제’가 강조돼온 독일 등 사회주의 전통이 강한 국가에서 먼저 시도됐다. 그러나 독일에서도 노조의 경영권 침해에 따른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주주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한국에 맞는지 진지하게 볼 필요가 있다. 당장은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 적용하자는 단계이지만, 앞으로 민간기업의 노조도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경영권이 흔들리게 되면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수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능해지고 잦은 대형 파업 같은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이후 일련의 노동정책에 노조 목소리가 너무 커지고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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