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경찰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주인공
실제 프로파일러들의 세계
[ 이현진 기자 ]
“만약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건 인간이 악마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케이블채널에서 방영된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사진)’에서 연쇄살인마 리퍼의 끔찍한 살해 현장을 본 프로파일러 하선우(문채원 분)는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를 빌려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저질렀다고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에 좌절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그는 “정신 차리라”며 스스로를 다잡는다. 냉정함을 잃은 프로파일러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2005년 9월 미국에서 처음 방영한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작이다. 화려한 총격전과 추격전 대신 시청자의 심리를 압박하는 기묘한 분위기로 팬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았다.
현실은 어떨까. 경찰에서 활약하는 ‘진짜’ 프로파일러들은 “드라마에서처럼 매력적인 일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도 많다”며 웃었다. 신상화 경찰청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은 “드라마에서는 각자 전문 분야를 가진 이들 4~5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지만 국내에서는 예산 문제로 이 같은 ‘팀플레이’가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드라마 속 NCI 팀장인 강기형(손현주 분)은 총을 들고 범인과 직접 싸우지만 실제 프로파일러가 총을 들 일은 없다. 대신 범행과 용의자에 대한 정보가 빼곡한 서류를 늘 곁에 끼고 산다. 올해 해결한 장기 미제사건을 위해 임흠규 경찰청 범죄분석관이 검토한 서류만 성인 여성 키에 육박한다. 임 분석관은 “장기미제 사건은 오랫동안 수사가 이뤄지면서 방대한 자료가 쌓인다”며 “경우에 따라 비슷한 사건의 범인을 만나거나 피해자와 목격자를 만나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두 단서를 토대로 쉽게 범인을 유추하는 드라마 속 프로파일러의 모습도 실제와는 다르다. 신 분석관은 “프로파일러는 가능성을 말하는 사람들”이라며 “사회과학적 방법론과 근거를 토대로 범인과 수사 방향에 대한 가능성을 제공할 뿐 무엇이든 단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드시 범죄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간절함만큼은 드라마 주인공들과 다르지 않다. 두 분석관은 원작의 대표 프로파일러 제이슨 기디언의 실제 모델인 존 더글러스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의 말을 인용했다. “살인범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사냥꾼의 마음으로 생각하라.”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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