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한방병원, 논현에 신사옥
신 명예이사장 "양·한방 협진"
추나 등 한방 세계화도 속도
[ 이지현 기자 ]
수년 전 미국의 한 의과대학 의료진이 연구 협력을 위해 자생한방병원을 찾았다.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사진)은 다섯 개 동으로 분산된 병원 이곳저곳을 오가며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렸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신 명예이사장은 “진료 실력은 자신 있었지만 시설이 보잘것없었다”며 “해외 의료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물리적으로 부족한 것이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새 병원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한방 세계화를 위해서는 분산된 진료 시설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연구 협력을 위해 병원을 찾는 외국인이 늘면서 이전 계획은 더욱 뚜렷해졌다. 10여 년의 준비 끝에 지난 13일 서울 논현동에 새 병원 문을 열었다. 신 명예이사장은 병원 이전을 ‘새로운 도전’이라고 했다. 그는 “논현동 자생한방병원을 비수술 척추 치료의 세계적 메카로 키울 것”이라며 “추나 등 자생의 치료법이 세계로 뻗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생한방병원이 서울 압구정동 시대를 접고 논현동 시대를 열었다. 새 병원은 지하 7층, 지상 15층, 연면적 1만4379㎡ 규모로 구사옥(연면적 8965㎡)보다 1.6배 크다. 병상도 99개에서 137개로 늘었다.
신 명예이사장은 1988년부터 서울 홍제동, 역삼동 등에서 한의원을 운영했다. 비수술 척추 치료를 받기 위해 매일 150여 명의 환자가 몰렸다. 병원을 넓혀 1999년 압구정동에 자리를 잡았다. 환자가 몰려 병상이 부족할 때마다 인근 건물로 공간을 넓혔다. 압구정동 병원 건물만 다섯 개가 됐다. 부산 인천 등 전국에 병원 문을 열었다. 미국에도 6개가 생겼다. 신 명예이사장은 “새 병원에는 층마다 바닥에 앉아 쉴 수 있는 온돌 마루를 만들고 옥상 정원도 꾸몄다”며 “음악회도 열 계획”이라고 했다.
환자 중심 서비스도 도입한다.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한방재활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의 의료진이 모여 진단하고 치료법을 찾는다. 신 명예이사장은 이를 ‘한자리 진료’라고 불렀다.
그는 “이전에는 한의학으로 디스크 탈출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의심하는 의사가 많았지만 치료 효과를 보여주면서 의구심이 많이 줄었다”며 “환자 중심에서 생각하면 의사가 고친다, 한의사가 고친다를 두고 다툴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진단 분야에서만 협진이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모든 분야에서 협진을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해외 환자 유치도 늘릴 계획이다. 해외 진출 속도도 높인다. 그는 “미시간주립대 명예교수로 강의하는 등 미국 의사 교육을 많이 했다”며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의 의료진을 초청해 교육하고 현지 센터도 세우겠다”고 했다. 추나요법, 신바로약침, 봉약침 등 한방 비수술 치료법 표준화와 과학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그는 “자생의료재단만 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 방안을 찾아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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