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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빠진 TPP' 주도한 일본… 자동차·IT시장 최대 수혜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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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참여 11개국 "큰틀 합의"
세계 교역량의 15% 차지
신약개발·지식재산권 보호 등 미국과 관련된 조항은 시행 유보

트럼프 '고립주의' 잇단 비판
11개국 "보호주의 반대" 선언
APEC 정상들도 '다자 무역' 지지



[ 김동욱 기자 ] 주요 국제 통상협상 무대에서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을 제외한 채 주요 결정이 추진되는 ‘미국 없이’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미국과 다른 나라들 간 통상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잇따라 부각된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기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11개국(일본, 뉴질랜드, 베트남, 캐나다, 호주, 브루나이,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페루, 싱가포르)이 TPP를 우선 발효하기로 큰 틀의 합의를 이룬 데 이어 APEC 회의에선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혀온 ‘다자무역’의 지지선언이 채택됐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통행에 견제 움직임이 표면화되면서 국제무역에서 미국의 위상이 ‘리더’에서 ‘외톨이’로 바뀌는 듯한 모습이다.


◆TPP, ‘이 없으면 잇몸으로…’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TPP 추진국 각료회의’에서 일본과 호주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등 TPP 참여 11개국 통상장관은 미국을 제외하고 TPP를 우선 추진하기로 큰 틀의 합의를 봤다. ‘포괄적·점진적TPP(CPTPP)’로 명명된 이번 협정에서 11개국은 ‘의약품 개발 데이터 보호기간’ ‘저작권 존속기간’ 등 미국과 관련한 20개 사항은 ‘동결(시행 보류)’하지만 내년까지 높은 수준으로 무역활동을 확대하는 내용의 협정안 각국 비준을 마치기로 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합의를 두고 2019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행되게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자유무역에 바탕을 둔 다른 다자협정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 태국 등의 신규 가입에 대비한 협의 규정도 마련하는 등 참여 국가 확대를 위한 틀도 마련했다. 대만은 추가 참여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APEC 정상회의에서 “‘TPP11’ 합의는 세계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TPP 참여 11개국은 TPP를 난항에 빠뜨렸던 미국에 대한 비판도 숨기지 않았다. TPP 참여 11개국 각료들은 성명을 통해 “개방된 시장에 대한 지지와 보호주의 반대를 확인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주권을 포기하는 협정을 따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9%, 교역량의 14.9%를 아우르는 국가들이 참여하는 협정이 마련된 만큼 TPP를 주도한 일본의 수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등 자동차업계는 기존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 간 FTA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 축소로 생산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FTA를 체결하지 않았던 캐나다 등으로의 수출 확대 효과도 예상된다. 또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은 전자상거래 등의 분야에서 아시아 시장 진출이 더 손쉬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우선주의’, ‘미국 고립주의’ 되나

‘TPP11 큰 틀 합의’에 이어 다자 무역체제를 통한 역내 경제통합을 추진하는 APEC 정상회의에서도 ‘고립주의’를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에 따른 회담 참가국 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APEC 21개 회원국 정상이 11일 채택한 ‘다낭 선언문’에는 다자 무역체제에 대한 지지가 명시됐다. 역내 투자 촉진과 투자에 유리한 환경 조성에도 합의했다. 2020년까지 보호무역 조치를 동결하고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기존 APEC 회원국의 약속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의 중요성’이나 ‘시장 왜곡 관행 시정’,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의 완전한 이행’ 같은 미국 측 주장도 같이 반영되는 ‘불편한 동거’ 모습을 보였다. 이들 구절은 중국의 덤핑이나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고려한 미국의 조치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앞서 이번 APEC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 책임을 중국을 비롯한 APEC 회원국에 돌렸다. 불공정한 교역 관계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다자 무역협정 대신 공정하고 호혜적인 교역 및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주장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중국은 자국 주도 경제공동체(RCEP) 창설 노력에 애를 썼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폐쇄된 발전은 아무런 성과가 없는 반면 개방된 발전이 유일한 옳은 선택이라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회원국들은 무역 자유화를 위한 연대를 모색하는 등 마찰이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상호주의와 기존 APEC의 다자주의가 경쟁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노선을 취한 까닭에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미국에 반기를 들었고, 각국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상태에서 공감대를 찾으려 했다”고 거들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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