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자연사
[ 김희경 기자 ] 유독 영국에 유령 이야기가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죽은 영혼에 대한 소문은 영국 가톨릭교회의 발전과 함께 더욱 확산됐다. 혼령의 출현은 연옥에 갇힌 영혼이 속죄하기 전까지 안식을 취하지 못해 나타나는 것이라고 신자들에게 말한 영향이 컸다. 이같이 유령 이야기는 성직자들이 교육적 목적으로 많이 활용하기도 했다.
《유령의 자연사》는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해온 유령 이야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여기에 담긴 시대·문화적 코드에 대해 분석한다. 저자는 옥스퍼드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로저 클라크다. 저자는 “다양한 유령의 유형만큼이나 유령을 겪은 사람들 반응도 개인과 시공간, 문화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말한다.
유령에 대한 믿음은 전염병처럼 번지기도 한다. 특히 주변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그런 경향을 보인다. 먼지투성이의 옥양목 노동자가 많았던 런던 버몬지에선 굵직한 유령 사건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1868년엔 버몬지 템스 강에서 낚여 올라온 시체를 조사하기 위해 안치소에 이송했다. 당시 이 시체가 벌떡 일어나 세인트 제임스 교회 안마당을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그 결과 2000여 명의 시민이 밤마다 교회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저자는 “유령의 개념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개인의 출신 배경에 따라 결정되던 시기가 있었다”며 “이를 교육을 덜 받은 하류층만의 얘기로 비하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지난 수백 년 동안 중산층을 제외한 하류층, 상류층에서 모두 유령을 믿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기도 했다”고 말한다.(김빛나 옮김, 글항아리, 440쪽, 1만8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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