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 총 2조9708억원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 계획’을 내놨다.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중 월 보수 190만원 미만인 사람에게 1인당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아파트 경비원·청소원은 30인 이상이어도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4대보험 가입 지원비까지 주기로 했다. 영세중소기업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뒷감당하기 힘드니 재정으로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잘못된 처사다. 국민 혈세로 민간기업의 임금을 보전해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정상이다. 중소기업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사태도 우려된다. 기업들이 기존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3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당장 내년 한 해 지원 계획만 내놨을 뿐 이후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김동연 부총리는 “한시적으로 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한 해 해보고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이 지속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확대에 따른 정확한 재정 추계도 내놓지 않았다. 부정 수급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아무런 대응 수단이 없다. ‘깜깜이 대책’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저임금 정책은 급격한 인상도 논란거리지만, 애초부터 정부가 중소기업들의 감당 능력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내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운동권 대부’로 불리는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조차 걱정을 쏟아냈다. 그는 그제 ‘SNU-KLI(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최고지도자과정 총동문회와 한경이 연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을 내년 7530원에서 (2020년) 1만원으로 올리려면 10조원 정도 필요하다”며 “내년엔 정부가 지원하지만 그 이후엔 어디서 돈을 가져올 것이냐”고 물었다.
문 위원장은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등도 거론하며 “중소기업의 지급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노동정책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중소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왜 비명을 지르는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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