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토대로 급성질환 감염, 심정지 위험 등 예측
의료 인력 배분 가능해져 의료비용 하락에도 기여할 듯
중환자실(ICU)은 일반병실에 비해 이용료가 월등히 비싸다. 중병을 앓고 있는 이들을 돌보는 데 의약품 및 의료기기,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용을 대지 못해 충분한 치료를 못 하는 상황도 생긴다. 비용 절감으로 의료 혜택의 문턱을 낮출 수는 없을까.
유진규 에이아이트릭스 대표(사진)는 3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시시각각 변하는 중환자실 환자들의 건강정보를 바탕으로 상태를 관리하고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패혈증 등 급성 질환에 걸릴 가능성, 심정지 위험, 나아가서는 죽음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 대표는 “의료기기의 발달로 진단 시 고려해야 하는 데이터 종류는 늘고 있지만 의료진들의 물리적 제약은 여전하다”며 “의료진이 정확하고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데 AI 기반 솔루션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솔루션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인력 배분이 가능해지면 인건비가 줄어 의료 비용도 내려간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석사까지 마쳤다. 졸업 후에는 삼성전자에서 6년간 스마트폰, TV사업부 등에서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았다. 의료기기 사업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에서도 일했다. 유 대표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머신러닝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처음부터 의료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이미지 인식으로 상품을 찾아내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다. 의료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지인이 소개해 준 한 의사와의 우연한 만남이 시작이었다. 그는 “국내 의료환경에 대한 설명을 듣고나서 머신러닝을 활용하면 가장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계에서는 중환자 관리에 AI 기반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는 곳은 아직 없다.
에이아이트릭스는 지난해 말 문을 열었다. 엔지니어 3명과 함께였다. 유 대표가 주력해 온 것은 ‘설명 가능한 AI’다. 그는 “AI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늘어나고 있지만 ‘왜’, ‘어떻게’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고 했다.
에이아이트릭스는 중환자실 관리 솔루션뿐만 아니라 과정에 대한 해설이 가능한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간 것은 슈퍼박테리아 연구다. 에이아이트릭스가 KAIST,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등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슈퍼박테리아 발생 기전 규명을 위한 기계학습 모델 개발’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과제로 지난달 선정됐다.
유 대표는 “에이아이트릭스의 강점은 머신러닝 기술력”이라며 “국내 유명 대학병원들과 협력해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중환자실 솔루션뿐만 아니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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