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우 클로렌즈 대표
수익의 절반을 기부하는 대학생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지난 8월 설립 이후 두 달간 월 1000만원의 매출 중 절반을 유기동물보호소 세 곳에 내놓았다. 그 덕분에 대전의 한 보호소는 ‘압류’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고 동물 330마리도 활기를 되찾았다.
2016년 기준 국내 유기동물보호소는 307곳에 달한다. 대다수가 사설로 운영되다 보니 체계적인 관리가 쉽지 않다. 박찬우 대표(25·사진)가 6월 클로렌즈를 설립한 이유다. 박 대표는 티셔츠, 휴대폰 케이스 등을 판매하고 수익금의 절반 이상을 유기동물보호소에 기부한다. 금전 지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체 봉사단, 수의사 등과 함께 지속적으로 관리해 최종적으로는 보호소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한다.
클로렌즈만의 ‘선한 뜻’은 연예인의 마음도 움직이고 있다. 가수 공민지, 방송인 박지윤, 뮤지컬배우 강성욱 씨와 여러 힙합 가수가 클로렌즈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남겼다.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두 번의 피보팅(방향 전환)을 겪으며 좌절했지만 실패를 발판삼아 이전보다 소비자와의 접점이 넓은 제조·유통업을 선택했다.
경쟁 업체를 조사하던 그는 사회적 기업 중 의류 전문숍이 많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에 젊은 느낌을 입혀보기로 했다. 디자인은 ‘동물’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마리몬드처럼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게 참여할 수 있는 무난한 아이템을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본격 개설 전인 올 5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사전 주문을 받았는데 목표치의 800%를 달성했다. 다음달의 앙코르 펀딩에서도 1000%의 후원금을 모았다. 클로렌즈 CEO로서 박찬우 대표의 꿈은 매우 구체적이다. 3년 안에 전국 유기동물보호소 50곳에 월 200만원을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도희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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