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비서관은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현금을 별도로 관리하며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정 운영 차원에서 자금을 집행한 것이고 이를 위법한 것으로 인식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이는 해당 자금이 박 전 대통령의 직접 통제를 받는 일종의 '통치자금' 성격을 지닌 자금이라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비자금을 받기는 했지만 뇌물죄의 주요 속성인 대가 관계나 직무 관련성을 부인함으로써 검찰이 적용한 뇌물 혐의를 빠져나가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안봉근 전 비서관은 이와 관련한 입장을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여부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전 비서관이 직접 대통령 지시를 언급한 만큼 실제 지시가 있었는지, 대통령 차원의 비자금이 존재했는지 등을 규명할 것으로 예쌍된다.
검찰은 또 3인방의 일원인 정호성 전 비서관 역시 국정원 상납자금 40여억원 중 일부를 나눠 가진 사실을 확인해 경위와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정 전 비서관은 국정농단 연루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국고손실 혐의로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부터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7월까지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 국정원 고위 간부들로부터 매월 1억원가량씩, 총 40억원가량의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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