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헌재 소장에 이진성 재판관 지명
야당 반발·헌재 우려 감안
'소장 임기 논란 해결'
국회에 관련 법률개정 압박
권성동 "청문회 못할 이유 없다"
이진성 후보자는 누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성실 의무 위반' 의견
국회가 거부한 김이수 대행 의식
"동료 희생 딛고 지명…가슴 아파"
[ 조미현/배정철/고윤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진성 헌법재판관(61·사법연수원 10기·사진)을 지명한 것은 ‘헌재소장 지명 계획을 밝히라’는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동시에 헌재소장 임기 관련 입법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헌재소장 공백이 장기화함에 따라 커지는 국민의 우려와 헌재소장을 조속히 임명할 계획을 밝히라는 정치권의 요구를 고려해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부담 털고 입법 압박
청와대는 당초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후 ‘9인 체제’를 갖춘 뒤 소장을 지명할 계획이었다. 현재 헌재소장 임기가 재판관의 잔여 임기로 적용되는 상황에서 신임 소장이 임기 6년을 새로 시작하도록 국회가 그 사이에 법을 개정해줘야 한다는 의지였다. 지난 18일 문 대통령이 유 후보자를 지명할 당시 청문회 후 그를 소장으로 지명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헌재소장 공백 장기화에 따른 야권의 반발과 헌재 내부의 우려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합리적 성향의 온건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이수 헌법재판관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당시 세월호 참사 당일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위반했다는 보충 의견을 낸 인물이기도 하다.
이 후보자는 이날 퇴근길에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동료의 희생을 딛고 제가 지명을 받게 돼 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답했다. 앞서 국회 거부로 헌재소장 자리에 오르지 못한 김이수 소장대행을 언급한 것이다.
◆야당 반대 명분도 약해
이 후보자는 동시에 박근혜 정부 시절 재판관으로 임명돼 야당이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명한 양승태 대법원장 몫으로 2012년 9월 재판관에 올랐다.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진다 해도 소급 적용 가능성이 작아 이 후보자는 관례대로 내년 9월까지 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데다 야권의 반대도 피하면서 국회의 법 개정 시간까지 벌 수 있는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청와대로서는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헌법재판관 가운데 김이수 재판관 다음으로 선임자인 이 후보자를 소장 후보로 지명하면서 헌재 내부의 질서도 고려했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자가 임기를 마치는 내년 9월 새 정부 철학에 맞는 인물로 소장 후보를 고를 것이란 관측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정치권의 요구대로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야당이 청문회를 거부할 명분도 사라졌다. 지난 26일 “(문 대통령이) 헌재소장 지명 여부에 대한 견해부터 명확히 밝혀야 유 후보자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한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자유한국당)은 이날 “이 후보자를 지명한 만큼 유 후보자 청문회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헌재소장의 장기간 공백 사태는 현직 헌법재판관들까지 우려를 나타낸 사안으로 늦었지만 다행”이라면서도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3명씩 재판관을 추천하는 ‘3·3·3’ 헌재 구성 대원칙이 또다시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후보자를 지명해 대통령 추천 몫을 한 명 더 늘림으로써 김이수 권한대행을 지명할 때와 똑같은 논란을 불러왔다”며 “단순히 문 대통령의 고집인가, 아니면 집요한 헌재 장악 시도인가”라고 비판했다.
■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1956년 부산 출생 △경기고, 서울대 법과대 졸업 △서던메소디스트대 데드먼법과대학원 법학 석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차장 △서울중앙지방법원장 △광주고등법원장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조미현/배정철/고윤상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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