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상한액 5만원 추월
고용보험기금 재정 '빨간 불'
[ 심은지 기자 ]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여파로 내년도 실업급여 상한액이 올해(하루 5만원)보다 20% 오른 하루 6만원으로 결정됐다. 1995년 고용보험제도 도입 이후 가장 큰 폭의 인상이다. 2020년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용노동부는 27일 실업급여 하루 상한액을 5만원에서 6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월 기준으로는 최대 180만원으로, 올해(150만원)에 비해 30만원 늘어난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직장을 잃으면 최대 8개월간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실직 전 직장에서 받던 평균 임금의 50%를 주되 상한액은 하루 최대 5만원,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를 주도록 하고 있다.
내년도 실업급여를 대폭 끌어올린 것은 최저임금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최저임금에 연동하는 실업급여 하한액도 같이 오른다. 실업급여 상한액은 최저임금에 직접 연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대로 두면 내년부터 하한액(5만4216원)이 상한액(5만원)을 역전하기 때문에 정부는 상한액도 인상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은 2016년 1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에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급여의 상·하한액이 역전되자 하루 4만3000원이던 상한액을 5만원으로 올린 적이 있다. 실업급여 상한액은 제도 도입 이후 10년간 3만5000원을 유지하다가 2006년 4만원으로 높아졌다. 이후 2015년 4만3000원, 올해 5만원으로 빠르게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업급여 ‘연쇄 인상’으로 고용보험기금 재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국회에 낸 내년도 실업급여 지출 규모는 6조1000억원으로, 올해(5조2705억원)보다 8000억원가량 늘었다. 고용보험은 적립배율(지출 총액 대비 적립금)이 지난해 기준 1.03배로 이미 적자에 가까워진 상태다. 기획재정부의 ‘사회보험 중기재정 추계’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은 2020년 3000억원 적자로 돌아선 뒤 2025년엔 2조6000억원대로 적자가 커진다.
고용보험심사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 상·하한액 역전 현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고용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고용보험법을 개정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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