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연료전지 공장 '본격 시동'
연말까지 1조1260억 수주
올 매출 5500억 3배 급증
"핵심 기술 100% 국산화"
[ 안대규 기자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발전용 연료전지에 대한 집념이 3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주)두산의 전북 익산 연료전지 공장(조감도)이 연말까지 정상 가동에 성공하면 생산능력과 기술면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발전용 업체로 올라선다.
◆하반기에만 약 1조원 수주
25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두산은 한화에너지가 충남 대산산업단지에 짓는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 발전소(50㎿급)에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연말까지 SK E&S가 짓는 강동 연료전지 발전소(39.6㎿급)에도 연료전지를 공급해 하반기에만 9159억원의 수주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수주는 1153억원에 불과했지만 하반기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따내며 올해 1조1260억원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두산은 전망했다. 이는 작년 수주금액(4435억원)의 2.5배 수준이다. 올해 매출도 5500억원으로 작년(1800억원)의 3배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스코틀랜드를 비롯해 해외시장 공략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동현수 (주)두산 사장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 등 신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연말 126㎿의 발전용 연료전지 생산능력을 갖춰 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게 된다. 지난 5월 준공한 익산 공장(60㎿) 가동이 연말까지 정상 수준에 도달하면 미국 코네티컷주 현지 공장(두산퓨얼셀아메리카)과 함께 126㎿급 발전능력을 갖춰 현재 100㎿가량의 발전능력을 갖춘 1위 업체 포스코에너지를 제친다. 1㎿는 1000명이 하루 동안 소비하는 전력량이다.
두산 관계자는 “그동안 발전업계에서 미국 GE나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즈(MHPS)를 뒤쫓는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였지만 조만간 ‘퍼스트무버(선두주자)’로 나서게 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한국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은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스텍을 양산하는 데 실패해 이 시장을 포기했다. 스텍이란 연료전지 내에서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단위전지(셀) 집합체로, 연료전지 발전소 설치 비용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핵심기술과 부품 모두 국산화
두산은 기술, 부품, 조립 등 전 공정의 국산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미국 현지공장에서 조달해야 했던 스텍도 연말까지 기술 이전을 마무리하면 100% 국내 양산이 가능해진다. 두산은 한때 ‘미국의 전략자산’으로 불리던 클리어엣지파워가 파산하자 이를 330억원의 헐값에 인수,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같은 해 국내 업체 퓨어셀파워도 사들이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는 박정원 회장이 당시 (주)두산 회장일 때 주도한 사업들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3월 그룹 회장 취임식에서 “연료전지사업을 글로벌 넘버원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이 뿌린 씨앗이 3년 만에 성과를 보게 된 것이다.
그룹 내 발전용 연료전지사업부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주)두산 내 매출 비중은 8%에 불과했지만 올해 12%, 내년 19%까지 증가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추정했다. 성장 전망도 밝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오염물질 배출이나 자연훼손, 소음 등의 피해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태양광, 풍력발전보다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2015년 4.5%에 머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29년까지 11.7%로 높인다는 계획이어서 연료전지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두산의 잠재 경쟁 상대는 LG다. LG그룹은 2012년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한 롤스로이스의 자회사 롤스로이스퓨얼셀시스템즈를 인수한 뒤 현재까지 건물용,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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