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전자제품도 위생이 기본이죠"
에어컨 등 미생물 증식 방지 연구
'무세제 통세척 세탁기' 개발 앞장
"오염물질 찾아낼 때가 제일 보람"
[ 노경목 기자 ]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박정하 연구원(34)과 이보경 연구원(32), 서자연 연구원(30)은 여러 가지 면에서 ‘별종’이다. 우선 세계 전자업계에서 유일하게 미생물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팀에서 일하고 있다. 생활가전사업부 선행개발팀 차세대요소랩의 미생물파트다. 주로 남성들이 많은 전자회사 연구실에 여성만 배치돼 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25일 경기 수원의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만난 연구원들은 “대학 시절 미생물을 전공하면서 삼성전자에 취직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웃었다.
미생물 전공자들은 주로 제약업체나 식품업체에 취업한다. 맏언니인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미생물을 연구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미생물과 곰팡이 증식은 가전제품의 위생적인 사용을 가로막는 요인입니다. 세탁기 특정 부위에 낀 물때,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필터, 냉장고 내부의 살균기 등에서 증식할 수 있는 미생물을 어떻게 방지할지 찾는 게 우리 연구실의 목표입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던 2000년대 초, 냉장고 내부의 살균기능 강화를 위해 미생물 관련 연구실을 독립시켜 꾸준히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일상 환경에 서식하는 유해 미생물을 가전제품을 통해 줄이고,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증식할 수 있는 미생물도 제거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달 정부로부터 ‘녹색기술인증’을 받은 삼성전자 세탁기의 ‘무세제 통세척’ 기술은 이들의 연구가 결실을 맺은 대표적인 사례다. 세탁통 입구에 미생물이 증식하는 것을 확인한 연구원들은 원인을 파악해 별도의 세제를 쓰지 않고 세탁 과정에서 사용하는 물만으로 씻어내는 기술을 고안했다. 구조상으로는 물기가 닿을 일이 없는 부분에 미생물이 증식하는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세탁기 안쪽에 내시경 카메라까지 삽입해 관찰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가전제품에 미생물이 증식하는 사례가 드물다 보니 연구를 위해 미생물이 잘 증식한 제품을 찾는 것도 문제다. 연구원들은 국내 재활용 센터는 물론 미국과 유럽, 일본까지 수소문해 미생물이 충분히 살고 있는 낡은 가전제품을 공수해 온다. 에어컨 냉각수에서 주로 번식하는 냉방병의 원흉 레지오넬라균, 오염물과 세제가 만나 세탁기 내에서 만들어지는 곰팡이 등을 발견할 때마다 쾌재를 부른다. 서 연구원은 “아무리 더럽고 습한 곳에 있더라도 삼성전자 제품은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며 “그런 만큼 각종 오염에 노출된 시험 대상이 많아야 순조롭게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생물 문제 인식이 개선되면서 연구팀에 대한 삼성전자 내부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 연구원은 “과거에는 어렵게 증식시킨 미생물이 담긴 용기를 손으로 만지거나, 일을 덜어주겠다고 미생물을 깨끗이 씻어 용기를 돌려주는 분들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개별 사업부에서 먼저 협업을 요청할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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