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경제부 기자) 국회 국정감사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감 현장을 생중계로 시청하는 국민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회의 감시와 비판 활동, 행정부의 업무 역량 등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국감 현장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각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몇 가지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네요. 국감 현장에서 의원들이 보인 태도와 말투 등을 토대로 말이죠. 지난 23일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감에서도 의원들의 특징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첫 번째는 ‘호통형’입니다. 일단 큰 목소리와 억압적인 말투로 승부하는 유형입니다. 피감 기관 기관장의 답변이 끝나기도 전에 “어이가 없다” “도대체 왜 시정하지 않느냐” “됐고요” 등을 반복하는 A의원이 대표적입니다. 피감 기관 기관장의 설명을 듣기 위한 질문이나 지적을 하기보단 윽박지르는데 대부분의 질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호통형’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형’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피감 기관 기관장의 답변이 어떻든 하고 싶은 질타성 발언만 내놓기 때문이죠.
다음으로는 ‘조언형’이 있습니다. ‘조언형’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탄탄한 지식과 실무 경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됩니다. 전문성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지적과 문제제기 능력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B의원이 대표적인 ‘조언형’으로 분류됩니다. 피감 기관 기관장을 곤경에 몰기보다는 적당한 칭찬과 격려를 곁들이는 화법도 구사합니다. 이들 유형에 속하는 의원들의 질의는 ‘질문과 연설의 중간 정도 성격’을 갖고 있죠.
‘숨겨진 우군형’도 있습니다. 피감 기관의 잘못이나 약점을 지적하는 듯 하지만 마무리를 할 때는 “앞으로 잘 할 것으로 믿습니다” “꾸준히 개선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며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유형입니다.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피감 기관 기관장의 부실한 답변을 따갑게 지적하는 이른바 ‘대놓고 적군형’과는 정반대 스타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형’도 있습니다. “이런 말 아세요?” “이 뜻을 들어봤습니까?”라면서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유형입니다. 피감 기관 기관장을 가르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C의원이 이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한은 국감에서 중앙은행 총재를 대상으로 기준금리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 및 글로벌 경제 환경, 통화 스와프 이슈 등 현안을 질문하지 않고 경제학 기본 개념을 되묻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연출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를 놓고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한 네티즌은 “국감 스타가 되고 싶으면 좀 더 논리적이고 전문적인 자료와 질문을 갖고 오면 좋겠다”(네이버 아이디 qoqo****)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방대한 거시경제 지표를 다루는 중앙은행이기 때문이었을까요.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은 한은에 엄청나게 많은 자료를 요청했다고 하네요. 국감 직전날인 지난 22일까지도 의원실의 자료 요청이 물밀듯이 이어질 정도였다네요. 많게는 수십년치 시계열 데이터를 요청하는 의원실도 있었답니다. 이 탓에 한은 직원들은 며칠째 밤을 샜다는 후문입니다. 하지만 의원들로부터 “다른 피감 기관에 비해 자료 제출이 훨씬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끝) / kej@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