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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사라진 ISIL, 축복인가 또 다른 재앙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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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IL 붕괴에도 장밋빛 전망은 시기상조
쿠르드 분리독립 선언은 또다른 충돌요인
민주화·피해자 지원 등 테러 근절책 절실

이희수 < 한양대 교수·중동학 >



국제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IL)의 거점 도시였던 이라크의 모술에 이어 지난주 수도 락까마저 연합군에 의해 점령됨으로써 지난 4년 가까이 인류세계를 괴롭혀온 테러조직은 치명상을 입었다. 그동안 ISIL은 이라크 영토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면서 세계 29개국에서 143건의 대형 테러를 자행해 2043명의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냈다. 유엔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대부분은 이슬람을 표방한 가짜국가 명칭인 IS(Islamic State) 대신 원래부터 불리던 ISIL, ISIS 등으로 표기한다. 중동 국가들은 ‘다에시’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다에시는 ‘깡패집단’ ‘범죄단체’라는 뜻이다.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 수준이던 ISIL의 급성장은 미스터리 그 자체였다. 2011년 2월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ISIL은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맞서 시리아 반군의 중심세력으로 활동해왔다. 사담 후세인 집권 시절 20년 이상 이라크 군대를 이끌어온 ISIL 핵심 군사조직들은 시리아 내전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등에 업고 미국 주도의 중동 ‘체스판’에 뛰어들려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유럽연합(EU),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연합군은 ISIL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국제정치의 양면성이다. 작년 8월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이던 도널드 트럼프가 놀랍게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ISIL의 창시자라고 발언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정치적 배경이다.

그렇게 본다면 ISIL 생성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오히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어야 한다. 2003년 이라크 침공이 ISIL의 급부상을 가져온 직접적 원인이었다는 사실에는 거의 모든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ISIL을 만든 책임을 져야 할 미국 대통령이 있다면 그건 이라크를 침공해 알카에다를 만든 조지 W 부시다.” 미국 CIA 출신인 브루킹스연구소 브루스 리델의 말이다.

이라크 내 ISIL 근거지 제거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은 역시 이라크다.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지지부진하던 이라크 경제개발 계획이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전후 복구 사업 참여를 노리는 한국 기업들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장밋빛 희망은 시기상조다. 첫째, ISIL 제거를 둘러싼 논공행상 과정에서 이라크 정부군을 대신해 ISIL 궤멸에 앞장섰던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이 주민투표를 통해 이라크로부터 독립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유전지대를 보유한 쿠르드 지역의 이탈을 이라크 중앙정부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이웃 터키와 이란도 쿠르드 독립에 반대하고 있어 또 다른 충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시리아와 터키에 있는 쿠르드 지역들조차 강한 자치와 독립을 요구하고 있어 ISIL 제거 이후 중동은 쿠르드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불거지는 양상이다.

둘째, ISIL 궤멸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테러는 잠시 주춤하겠지만 그동안 ISIL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의 소외된 사회적 이탈자를 불러모으는 최첨단 네트워크 테러 방식을 채택해왔고, 수천 명 규모의 베테랑 전사들이 유럽이나 본국으로 귀환할 경우 테러는 세계적으로 확산될 위험을 안고 있다. ‘아랍의 봄’ 실패 이후 혼란을 거듭하는 중동 지역과 다문화정책 실패로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냉소가 확산되는 유럽이 ISIL의 좋은 활동무대기 때문이다.

더욱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삶의 기반을 잃고 희생당한 가족의 복수를 노리는 극단적 증오세력이 너무 많이 양산돼 있다. 따라서 끔찍한 테러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동지역의 내전 종식과 민주화 지원은 물론 테러조직들을 사전에 파악해 위험을 막는 국제적 공조와 함께 테러의 동기부여를 무력화시키는 침략전쟁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피해 보상, 응어리진 전쟁고아와 피해자에게 최소한의 생계 지원과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소프트 파워전략도 동시에 가동돼야 한다.

이희수 < 한양대 교수·중동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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