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발전의 근원은 무엇이며,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1년째 3만달러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저성장 늪에 빠져든 한국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나. ‘자유 지성’ 30인이 이런 질문을 던지며 우리 사회를 진단한 두 저작물 《오래된 새로운 비전》(646쪽, 기파랑)과 《오래된 새로운 전략》(634쪽, 기파랑)을 어제 선보였다.
국회예산처 초대 처장을 지낸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엮은 이 책들은 자유민주주의와 번영론, 시장경제의 고전적 이론에서부터 최근의 통일·개헌 논의까지를 ‘우파, 좌파’ ‘보수, 진보’라는 틀 속에서 다양한 담론으로 풀고 있다. 기업 정책과 노동개혁, 재정과 복지, 국가시스템과 교육, 금융과 4차 산업혁명 등 현안 속에서 발전 원리를 하나하나 확인해가는 치열한 성찰이며 지적 향연이다. 처음과 끝을 잇는 선명한 키워드는 고전적 의미의 ‘자유주의’다.
30인 자유 지성들이 던진 화두와 관점을 엮은이는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개인의 자유·권리 탐구, 좌우 이념 혼재의 문제점, 자유주의의 중요성,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우월성과 그 기반의 정책 제시, 작은 정부 등이다.
이른바 ‘87년 체제’ 이후 한국 사회의 가치 논쟁과 정책 수립, 국가적 정향(定向)은 뒤죽박죽 상태를 면치 못한 채 30년을 흘려보냈다. 정당들이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며 혼란을 주도했고, 정부는 막연히 뒤따랐으며, 학계는 방관하듯 했다.
‘정체성 위기’ ‘헌법가치 훼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자탄이 쏟아지는 데는 자칭 ‘보수’ 쪽 책임이 오히려 더 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동반성장 전략이 구체화됐고 경제민주화 구호도 더 컸던 것은 ‘이념 부재, 가치 실종’의 한 사례일 뿐이다. ‘좌파 진보’는 신자유주의라며 공격했지만 제대로 된 신자유주의는 시도조차 안 됐다는 게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세계사의 큰 흐름과도 많이 달랐다. 1980년대 공산주의와의 체제 경쟁에서 완승해 옛 소련을 무너뜨린 미국의 레이건식 자유주의나 과잉복지와 노조 득세라는 ‘영국병’을 극복한 전통 보수 대처리즘은 말 그대로 ‘남의 일’이었다.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와 땀의 가치까지 걸핏하면 폄하됐다. 기업이 국부의 원천이고 시장은 좋은 일자리의 근원이라는 진실이 외면당한 것도 보수우파 진영의 치열성 부족과 무관치 않다. 30인 지성인들의 절규가 자유주의의 참된 가치에 거듭 주목하고, 이를 통한 국가발전의 새 담론장을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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