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있는 출품작들
[ 마지혜 기자 ] ‘오늘은 군대 간 남자친구가 처음으로 휴가 나오는 날’. 아침 알람이 울리자 젊은 여성 한 명이 눈을 번쩍 뜬다. 김밥을 싸고 화장한 뒤 예쁜 옷을 골라 입고 집을 나선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벽걸이 TV를 본 그녀가 갑자기 도시락 가방을 툭 떨어뜨린다. ‘북한 6차 핵실험 공식 확인’ 뉴스가 화면을 채우고 있어서다. 오지 못하는 남자친구를 기다리며 그녀는 텅 빈 터미널에서 홀로 뉴스를 들여다본다.
권민 감독이 ‘국군 29초영화제’에 출품한 작품 ‘대한민국 군인은 내 남자친구다’의 내용이다. 군대 간 애인을 기다리는 여성 ‘곰신(인터넷상에서 ‘고무신’을 줄여 이르는 말)’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았다. 권 감독 지인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제작한 영화라고 한다.
‘대한민국 군인은 OOO이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국군 29초영화제’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군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백하고 재치있게 표현한 작품이 많았다.
장진한 감독의 ‘대한민국 군인은 아름다운 도전이다’에는 실제 여성 육군 중사가 출연했다. 영화는 “충성! 대한민국 육군 중사 김유진입니다”라는 힘찬 자기소개로 시작한다. ‘나에게 군인이란?’ ‘가족이란?’ 등의 질문이 김 중사에게 주어진다. 김 중사의 진솔한 답변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는 “군인이 되고 포기한 것이 굉장히 많죠. 하지만 한번도 후회해본 적은 없습니다”라며 환히 웃는다.
백원재 감독은 대학의 학군단(ROTC) 후보생들과 함께 ‘대한민국 군인은 품위 유지는 기본! 자신감은 최강이다!’를 찍었다. 후보생이 아침 달리기로 체력 단련을 하고 옷을 갖춰 입는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후보생들이 어깨를 쫙 펴고 발을 맞춰 걸으며 품위를 뽐내다가 화장실에서 허리를 뒤로 한껏 젖히며 저마다 ‘자신감’을 자랑하는 익살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계룡대=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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