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신기술로 분석 완료
최근 1년간 사건 해결 큰성과
성폭행 용의자 DNA도 재분석
[ 성수영 기자 ] 1998년 10월27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주부가 목졸려 살해된 채 발견됐다. 살해되기 전에 성폭행까지 당했다. 경찰은 범인 얼굴이 나온 폐쇄회로TV(CCTV)와 DNA까지 확보했지만 초동수사에 실패했다. 영원히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은 18년이 흐른 작년 11월 경찰이 DNA 분석 신기술을 도입하면서 해결됐다.
성(姓)씨까지 추적하는 DNA 분석 신기술인 ‘부계혈통 분석’과 2010년부터 구축한 ‘구속피의자 DNA 데이터베이스’로 범인을 특정한 덕분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장기 미제 사건 관련 DNA 재분석을 완료하면서 이 같은 사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과수는 장기 미제 살인사건 증거자료로 보관하던 DNA 100여 건의 재분석을 마쳤다고 11일 밝혔다.
국과수는 작년 5월부터 강원 원주 본원에 ‘장기 미제 강력사건 지원팀’을 신설하고 전국 17개 지방경찰청과 공조수사를 펼치고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미제로 남은 연쇄 성폭행 사건 용의자 40여 명의 DNA 재분석 작업도 끝낸 상태”라고 전했다.
DNA 재분석 작업은 최근 1년간 해결된 장기 미제 살인사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장에 남은 불완전한 지문과 DNA를 활용해 범인을 찾아낸 ‘서울 가리봉동 호프집 살인사건’, DNA 재분석 결과와 강력사건 범죄자의 DNA 데이터베이스를 비교해 용의자를 찾아낸 ‘서울 대치동 유××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기술은 DNA만으로도 범인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수사기관의 분석 기법과 장비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범죄 현장에서 채취한 DNA에서 얼굴 생김새나 범행 방식 등을 추론하는 기법까지 등장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DNA 재분석으로 뿌린 씨앗이 결실을 맺을 때가 다가오고 있다”며 “경찰과 함께 범죄자를 끝까지 추적해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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