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 강영연 기자 ] 대형 증권사들이 올 상반기 ‘깜짝 실적’을 냈다. 투자은행(IB) 사업과 자기자본을 활용해 채권과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트레이딩 부문이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초대형 IB(자기자본 4조원 이상) 등장을 앞두고 IB사업부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증권사가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자본 규모가 3조원 이상인 대형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안팎으로 늘었다. 이 덕분에 상장 증권사들의 주가도 올 들어 40% 안팎 상승했다. 증권사들은 수익성이 큰 IB사업과 자기자본을 활용해 채권과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트레이딩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올 상반기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을 이끈 것도 이들 부문이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 상반기 IB 부문에서 1344억원의 영업수익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세 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한국투자증권(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20.3%)과 NH투자증권(21.2%), KB증권(62.0%) 등도 IB 부문에서만 1000억원이 훌쩍 넘는 영업수익을 올렸다.
반면 위탁매매(브로커리지) 관련 영업수익은 저조했다. NH투자증권(-10.9%) 삼성증권(-4.7%) 신한금융투자(-4.0%) 메리츠종금증권(-19.1%) 등의 주식 거래 수탁 수수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가 활황을 보였지만 개인투자자 유입이 더뎌 ‘증시 활황→개인투자자 유입→거래량 증가→수탁 수수료 증가’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대형사의 IB 부문 매출 기여도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라며 “결국 늘어난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가 초대형 IB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IB 부문을 강화하는 한편 초대형 IB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초대형 IB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6월에는 네이버와 지분 맞교환을 통해 7조1498억원의 자기자본을 마련했다. 자기자본이 8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4조원 이상일 때 허용하는 어음 발행, 외국환 업무에 더해 예탁자금을 기업금융자산 등에 투자하는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업무까지 가능해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IB 업무와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자산운용 부문 등에서 고루 좋은 실적을 보였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초대형 IB 시대에도 경쟁력을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동안 부동산 투자, 구조화 금융, 기업공개(IPO), 회사채, 유상증자 등의 IB 부문에서 다양한 노하우를 쌓았다. 부동산 인수 부문은 지난해 실적(외형 거래금액 기준)이 약 2조4000억원으로 2014년(약 4000억원)의 6배로 성장했다.
NH투자증권은 2014년 합병과 함께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서며 일찌감치 초대형 IB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 초대형 IB가 되면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 어음을 통한 조달이 가능해진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과 지주사의 자기자본비율(BIS)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4조~5조원 수준의 어음을 발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시장 환경이 대형사에 유리해지고 있고, 이들의 IB 부문 네트워크와 운용 역량도 향상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대형사 위주의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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