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경기 현장점검
주요상권 추석 대목 실종
외국인 방문객 크게 줄어…'화장품 쇼핑거리' 한산
동대문시장 의류 상인 "2016년보다 손님 80%↓"
백화점·마트 긴 연휴 영향…선물세트 매출만 반짝 상승
[ 이수빈/안재광 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패션거리에선 ‘K뷰티 메이크업 시연행사’가 열렸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9월28일~10월9일) 기간 동대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해 마련된 행사였다. ‘불금’ 오후였지만 구경하는 사람은 10명 정도였다. 근처 노점에서 양말, 잠옷 등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한국 추석은 중국 중추절(음력 8월15일) 연휴이기도 하다”며 “동대문에서 추석 연휴는 ‘소매는 호황, 도매는 불황’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소매까지 불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처음 맞은 명절인 올해 추석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사드 여파에 더해 북한 핵 위협으로 중국 이외의 외국인 방문객까지 줄어들자 동대문 남대문 명동 등 주요 상권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썰렁한 동대문·남대문시장
이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4번 출구 인근의 ‘화장품 쇼핑거리’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에뛰드하우스 매장에는 방문객 3명 정도만 상품을 둘러보고 있었고, 미샤 매장은 아예 폐업했다. 1년 전만 해도 모두 방문객들이 줄을 섰던 곳들이다.
패션상가 상인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중국인뿐 아니라 일본인 등 다른 외국인 방문객도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밀리오레 1층에서 여성복 장사를 하는 이영미 씨는 “손님이 작년보다 80%가량 줄었다”며 “금요일 오후에 사람이 이렇게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남대문시장에서는 선물용 옷이며 과일 등을 구입하는 추석 장날 풍경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983년부터 과일 장사를 해온 김명숙 씨는 올해도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하지 않는다. 그는 “이전에는 하루에 명절 선물이 10상자씩 나갈 때도 있었지만 요즘 누가 시장에서 선물을 구입하느냐”며 “온라인으로 많이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쇼핑상가 지하 식품코너의 정육 매장에서는 ‘냉동 갈비 판매’라고 쓴 커다란 표지판을 걸어놓고 있었다. 판매 직원은 “작년에 한우를 잔뜩 떼왔다가 많이 못 팔아서 올해는 저렴한 수입 냉동갈비를 주력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경기가 안 좋으니 단가가 저렴해야 잘 팔린다”고 전했다.
대표적 쇼핑 관광지인 명동 거리는 대규모 세일 행사 중이었다. 네이처리퍼블릭, 미샤 등 화장품 매장은 제품을 20~50% 할인해도 대부분 한산했다. 자라, 에잇세컨즈 등 제조직매형(SPA) 브랜드 매장은 최대 70% 할인에 나섰다. 한 매장 판매직원은 “날이 쌀쌀한데도 반팔 원피스 등이 많이 팔렸다”며 “여행갈 때 입을 옷을 많이 구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 에뛰드하우스 매장에선 중국인 방문객이 줄자 태국인 직원을 배치해 판촉행사를 벌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마트 등에선 선물세트만 반짝
주말 서울 시내 백화점과 쇼핑몰들도 ‘명절 대목’이 무색하게 손님이 적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께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2층 구두 매장에선 상품을 고르는 사람이 단 두 명이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 행사가 시작됐지만 소비심리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신사화 매장 직원은 “20% 세일에 들어갔는데 한 개도 못 팔았다”고 했다. 4층 숙녀복, 5층 남성복 매장도 사정이 비슷했다. 그나마 지하 식품관만 다소 붐볐다. 추석 선물세트를 구입하러 온 사람들 덕분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 백화점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연휴 기간 백화점을 찾는 사람이 작년보다 적을 것으로 본다”며 “9~10월 두 달 매출을 더하면 작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떨어지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장 연휴 덕에 추석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지난달 11~28일 선물세트 판매는 전년 동기(2016년 8월23일~9월9일) 대비 1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트도 지난달 28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작년 추석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7% 늘었다고 밝혔다.
이수빈/안재광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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