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CEO' 24시
"대기업 특혜요인 없애면 전혀 비난받을 일 아니다"
외부행사·회의 열 때마다 단골 멘트는 "규제 완화"
'규제 샌드박스' 발표 때도 주변 우려 뿌리치고 강행
[ 고경봉 기자 ] “규제 강화는 관련 부처들이 알아서 할 테니, 국무조정실은 오로지 (규제를) 푸는 방안만 생각해라.”
이낙연 국무총리(사진)의 규제개혁 행보가 관가에서 화제다. 청와대와 여당 내부에서 규제개혁이 ‘대기업 봐주기’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각 부처가 정책을 내놓는 데 소극적이지만 이 총리는 규제개혁 목소리를 한층 높이고 있다. 최근 외부 행사를 가거나 총리 주재 회의를 할 때 ‘규제개혁 필요성’이 단골 멘트가 됐다.
“규제는 중년 남자의 허리 같은 것이다. 내버려두면 반드시 늘어나게 돼 있다. 비상한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줄어들지 않는다”(28일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가상현실(VR)산업의 핵심 원천기술개발 지원과 규제 개선 등에 적극 앞장서라”(18일 코리아 VR페스티벌), “중소기업이 벤처정신을 마음껏 발휘하고 최적의 환경, 신산업 발전, 일자리 창출 등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규제를 과감히 털어낼 것”(14일 2017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 등이 대표적이다.
규제개혁에 관한 세부 정책도 과거엔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내놨지만 지금은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양상이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전환’과 ‘규제 샌드박스’가 그렇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전환은 기존의 법령이나 분류체계에서 적용하지 못해 사업화가 힘든 신산업 분야에 사전 허용, 사후 규제를 하는 방식으로 풀어주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법령 개정 없이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국조실이 이달 초 발표했다.
국조실은 28일엔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와 회의를 열고 “규제 때문에 어려움에 빠진 신사업 분야를 발굴해달라”고 요청했다. 추석 연휴 직후 각 부처에도 규제 해소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 발굴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 방안을 이달 초 발표할 당시 청와대가 ‘규제개혁 정책을 내놓기에는 이르다’며 미온적이었지만 총리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당시 국무조정실 내에서 정부의 기조에 맞춰 일부 규제 강화 방안도 같이 넣으려고 했지만 총리로부터 “국무조정실이 규제 강화를 왜 신경 쓰느냐. 규제 혁파만 머릿속에 넣어라”는 질책을 들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내에서 규제개혁에 그나마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이 총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정도”라며 “산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 지원 국·실장이 빈자리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아예 장관이 공석이다 보니 현장의 목소리를 위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국무조정실에 규제개혁 담당 기능이 있어 이 총리가 가장 큰 목소리를 내며 정부 산업 정책의 균형추를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전남지사 시절부터 박근혜 정부가 주도한 규제 프리존법에 찬성하는 등 규제개혁의 적극적 옹호론자로 꼽혔다.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프리존법을 ‘대기업 지원용’이라며 적폐 대상으로 꼽고 여당도 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대기업 특혜 요인을 없애고 반대론자와는 대화로 풀면 된다”며 찬성의 뜻을 고수한 적도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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