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희필 ING생명 부사장
[ 박신영 기자 ] ING생명은 요즘 보험업계에서 ‘잘나가는’ 회사다. 주가흐름이 다른 보험회사에 비해 견조한 데다 실적도 좋다. ING생명이 좋은 실적을 내는 배경엔 탄탄한 FC(재무컨설턴트) 조직이 있다. 이 회사 FC의 평균 연령은 37세로 업계에서 가장 젊다. 자산 컨설팅과 관련한 전문성도 갖췄다는 평가다.
곽희필 ING생명 부사장(사진)은 5100명의 FC를 책임지고 있다. 단순히 영업을 독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위한 교육시스템을 개발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영업에 활용할 수 있는 고객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곽 부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설계사들이 젊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거래하고 있는 고객과의 인연을 장기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 가장 ‘젊은 조직’
ING생명의 전체 설계사 중 20~30대 비중은 63%에 달한다. 조직이 젊은 만큼 학습 능력도 뛰어나다.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바탕으로 ING생명 설계사들의 자격시험 합격률은 2년 연속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전체 설계사의 90% 이상이 변액보험판매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곽 부사장은 “최근 보험 설계사의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 가입자 중 고액 자산가의 관심사가 자산을 불리는 것보다는 지키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어서다. 금리는 떨어지는 데 비해 상속·증여와 관련된 과세 기준은 강화되는 추세다.
곽 부사장은 “고액 연봉 설계사들을 중심으로 관련 분야를 공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며 “상속·증여와 관련된 부문은 워낙 내용이 복잡하기 때문에 설계사의 학습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곽 부사장은 신입 설계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ING생명은 신입 설계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심바(SIMBA)’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금융전반에 걸친 전문지식과 고객을 대하는 태도, 장기적인 영업활동을 위한 습관 등에 초점을 맞춰 구성됐다. 180일 필수과정 이수 후에는 금융, 세무, 부동산, 은퇴설계 등의 전문가 과정과 영업활동관리, 시장개발 노하우 등 과정도 이수해야 한다.
설계사 영업 패러다임 바꾼 아이탐
곽 부사장이 최근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업무는 설계사 영업지원 시스템인 ‘아이탐(iTOM)’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아이탐(iTOM)은 ‘ING Target Operating Model’의 약자로, 고객 관리를 기반으로 한 활동관리 시스템이다.
보험 설계사들은 아이탐(iTOM)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객을 처음 접촉할 때부터 계약 체결 이후까지 철저한 관리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고객의 생일 등 기념일이나 보험계약 이후 1년이 되는 시점 등을 설계사에게 알려줘 고객과의 관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곽 부사장은 “아이탐은 기존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고질적인 문제’란 크게 두 가지다. 고객 입장에선 설계사가 보험계약을 할 때까진 열심히 찾아오다가 계약이 성사된 뒤엔 태도가 소홀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설계사 입장에선 계속해서 신규 계약을 따내야 하는 실적 압박을 받기 때문에 기존 고객보다 새로운 고객을 찾을 수밖에 없다.
아이탐 시스템은 매달 1일 설계사들에게 그달 만나야 할 고객 리스트를 전달한다. 주로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3개월, 1년, 2년, 3년 단위로 고객이 선정된다. 설계사들은 고객을 만난 이후 피드백도 입력해야 한다.
곽 부사장은 “신규 계약을 가져오는 것만큼이나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아이탐 개발의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보험시장은 포화상태인데다 2021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이전보다 보험계약 유지율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보험계약의 5년 평균 유지율은 여전히 절반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보험 계약자의 절반가량이 5년을 넘기지 못하고 보험을 해지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고객을 찾기 힘들다면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게 보험사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셈이다.
곽 부사장은 “아이탐을 도입하면서 설계사들의 체계적인 일정 관리가 가능해졌다”며 “언제 누구를 만나야 효율적인지를 시스템을 통해 알게 되니 오히려 설계사들의 활동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은 여전히 설계사 영업이 유리”
일각에선 온라인을 통한 보험영업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설계사 조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곽 부사장은 “생명보험 상품의 특징을 알면 그런 얘기를 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손해보험 상품은 생보사 상품보다 비교적 구조가 단순하다. 자동차보험이 대표적이다. 상품 구조가 표준화돼 있고 가격도 비슷하다. 인터넷으로 상품 비교하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생보사 상품은 다르다. 가입자가 병에 걸리기 전까지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질병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보험료도 천차만별이다.
곽 부사장은 “상품 구조가 복잡하다보니 인터넷으로 상품 검색을 할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계약해야 할 때에는 설계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히려 설계사의 전문성을 쌓는 것이 더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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