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서 자유로운 리모델링
기부채납·초과이익환수 등 규제 안 받아 개발 수월
무지개4 '수직증축 리모델링' 노려
수도권 아파트 추진단지 40여곳
"문재인 정부 도시재생 최적의 수단"
[ 설지연 기자 ]
아파트 리모델링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안전성 심의를 통과하는 단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에서 집중적인 규제를 받은 재건축과 달리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없어 리모델링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초과이익환수제 등에서 자유롭다 보니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수도권과 1·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사업 진행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무지개마을4, 수직증축 리모델링 가능
26일 분당신도시 무지개마을 4단지 리모델링 조합에 따르면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진행한 이 단지의 1차 안전성 심의가 사실상 ‘수직증축 리모델링 가능’으로 정해졌다. 안전성 심의는 기본 설계안을 바탕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안전성을 따져보는 절차다.
성남시는 지난 3월 조합의 안전성 심의 신청을 받아 공단에 의뢰했다. 이후 세 차례 소위원회 끝에 일부 수정안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수직증축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합은 이번주 심의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심의를 통과하면 바로 건축심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달 건축심의 절차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는 포스코건설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주민 이주와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안전성 심의를 통과하면 분당에선 정자동 한솔마을 주공5단지에 이어 두 번째로 사업 속도가 빠른 단지가 된다. 한솔마을 5단지는 지난달 수도권 1기 신도시 단지 중 처음으로 안전성 심의를 통과했다. 3개 층을 수직증축하고 1개 동을 늘리는 안이다.
1995년 준공된 무지개마을 4단지는 5개 동, 563가구로 이뤄졌다. 리모델링을 통해 6개 동, 647가구로 늘릴 예정이다. 새로 지어진 84가구는 일반분양한다. 분당에선 정자동 느티마을 3단지와 4단지도 안전성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사업 발목 잡는 규제 없어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40여 곳이다. 서울에서는 대청(개포동), 대치2단지(개포동), 한신로얄(잠원동), 옥수극동(옥수동), 현대맨숀(이촌동), 부영아파트(등촌동) 등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신로얄은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가구 간 내력벽을 철거하지 않는 리모델링 사업을 택했다.
이달 쌍용건설이 수주한 옥수극동(900가구)은 리모델링 후 1035가구로 탈바꿈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리모델링 수주 실적이 9000여 가구에 달한다”며 “올해 말 성동구 응봉동 대림아파트(855가구)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면 업계 최초로 1만 가구 수주 실적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설계 기술 개발로 세대 간 내력벽(건물 무게를 지탱하도록 설계된 벽)을 허물지 않고도 ‘수직+수평’ 증축을 할 수 있게 된 점이 사업 촉진제가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가구 간 내력벽을 허무는 방식의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2019년 3월까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조치로 리모델링 사업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건설업계는 세대 간 내력벽을 허물지 않고 증축할 수 있는 설계안을 개발했다.
이근우 현대산업개발 도시재생팀 부장은 “리모델링은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며 “공공기여(기부채납), 소형평수 의무 비율,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재개발 시 적용되는 의무사항도 피해가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분담금이 재건축 사업보다 크게 낮지 않고 평면구성을 다양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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