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법 규제는 '노동분업' 원천 부정하는 것
약자보호 프레임 갇혀 일자리만 대거 날릴 판
프랜차이즈 이어 제조업까지 전업종으로 확산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이어 한라그룹 계열 자동차 센서업체인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만도헬라)에도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만도헬라 직원이 생산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300여 명에게 근로시간과 생산물량 등에 대해 업무 지시를 내린 것이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르면 원도급 업체가 협력업체 직원을 직접 지휘하면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
한라홀딩스와 독일 헬라가 50%씩 합작해 2008년 설립한 만도헬라는 처음부터 본사가 연구개발(R&D)과 관리를 하고, 생산은 협력업체에 맡겨왔다. 고용부가 10년 가까이 문제 삼지 않다가 갑자기 ‘불법파견 낙인’을 찍자,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기조에 맞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부는 민간 기업들에 정규직 전환을 과도하게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판정의 경우 계약 당사자 여부, 프랜차이즈산업 특성, 정당한 품질관리 지시 등 주요 사항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만도헬라에는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활용하는 ‘생산 아웃소싱’을 인정하지 않았다. “R&D와 생산 중에서 각 기업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 산업이 발전하고 일자리는 더 늘어난다”는 ‘노동분업’의 장점을 일자리 주무 부처인 고용부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정규직 전환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기업들은 근로 조건이 더 낮은 파트타임직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일자리를 줄이는 방도밖에 없다.
1998년 제정된 낡은 파견법이 기업들을 불법으로 내몰고, 일자리를 날리게 하는 주범(主犯)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파견 허용 대상이 청소 등 32개 업종에 그치는 등 지나치게 좁고, 파견기간도 최대 2년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물론 사회주의 전통이 강한 독일과 프랑스에도 이런 제한이 없다. 일본은 1999년 특정 직종만 파견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금지 업종 이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꿨다. 선진국들은 노동 유연성을 높여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노동자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청년실업 문제는 악화되고 있다. 파견법처럼 선의(善意)로 시작했지만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이른바 ‘착한 규제’가 난무하는 탓이다.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제정됐지만 일자리 상실을 우려하는 강사들의 반발에 직면한 ‘강사법’, 골목상권 보호는커녕 골목상권을 위축시키는 ‘대형유통 매장 영업규제’ 등이 모두 그런 사례다. 정부는 현실을 더는 외면하지 말고 사회적 약자를 어렵게 만드는 ‘착한 규제’ 정리에 시급히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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