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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아연구 규제 탓에 유전자 교정 연구 해외서 서러운 '곁방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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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아연구 규제 탓에 유전자 교정 연구 해외서 서러운 '곁방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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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자들이 해외 연구진과 손을 잡고 국내에서 금지된 인간 배아(수정란) 연구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부는 최근 바이오특별위원회까지 열어 연구 목적의 배아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부처 간 원칙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과 캐시 니아칸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박사 공동 연구진은 3세대 유전자 교정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사람 몸의 OCT4라는 유전자가 배아줄기세포가 신체 여러 영역으로 분화하는 능력을 갖추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20일 소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원하는 부위를 마치 ‘가위’처럼 자르는 교정 기법이다. 신약 개발은 물론 유전자 치료 분야에 파급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에선 원천 기술을 놓고 특허 전쟁까지 벌어지고 중국과 영국에선 배아 연구에 대한 빗장을 풀고 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 가위로 OCT4 유전자가 배아줄기세포가 만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지금까지 OCT4 유전자의 기능은 쥐 실험을 통해 알려져 왔을 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없었다.

연구진은 배아에서 OCT4 유전자만 골라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를 만들었다. 이 유전자 가위를 배아 19개에 각각 넣자 17개의 배아에서 OCT4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변형이 일어난 점을 확인했다. OCT4 유전자가 고장 난 배아는 자궁에 착상하기 전 단계인 ‘배반포’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이전 단계에서 발달이 멈췄다. 사람이 아닌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OCT4 유전자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도 배반포 단계까지 발달한 것과는 차이가 난다. OCT4 유전자는 쥐보다는 사람 배아에서 초기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증거다. 이번 연구에서 한국 연구진은 독자 개발한 절단유전체 시퀀싱 방법을 활용해 영국 연구진이 제작한 유전자 가위의 표적이탈 효과를 분석하는 일을 맡았다. 배아에 사용된 유전자 가위가 정확히 작동했음을 밝히는 핵심적인 과정이다. 연구에 사용한 배아는 모두 불임 치료 뒤 남은 배아를 기증받아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국내에선 사람 배아 대상 연구가 금지되어 있어 영국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영국에서 사람 배아 실험이 허가된 이후 진행된 첫 연구 성과다. IBS 연구진은 이보다 앞서 지난달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와 공동으로 유전질환을 치료한 인간 배아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당시 실험도 모두 연구를 허용한 미국에서 진행했다. 세계 각국은 생식세포인 배아 연구의 빗장을 하나 둘 풀고 있다. 중국에선 세계 최초로 사람 배아 실험을 시작했고 미국은 연구기관 승인만 있으면 배아 연구를 하게 허용했다. 영국과 스웨덴도 정부 허가만 받으면 된다.

정부는 한국 과학자들이 규제를 피해 해외에서 실험하는 상황이 잇따르자 관련 규제를 개선하기 위한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8일 ‘제6회 바이오특별위원회’를 열어 바이오 연구개발 혁신의 관점에서 연구 목적의 사람 배아와 난자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당시 토론회는 과학계 의견 개진과 부처 간 입장만 공유하는 수준에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미국과 진행한 인간배아 대상 유전자 교정 연구를 계기로 생명윤리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과학계 의견을 청취하고 복지부 등 각 부처의 입장을 정리하는 자리였을 뿐 규제를 풀자는 방향을 잡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생명과학계는 전면적이지 않더라도 순수 연구 목적의 배아와 난자 활용을 제한적이나마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전병 치료뿐 아니라 인간의 초기 발달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배아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캐시 니아칸 박사는 "OCT4 외에도 다른 유전자들의 배아 발달 관련 기능을 밝혀야 한다“며 ”이런 연구를 통해 IVF(체외수정) 성공률을 높이고 난임의 여러 원인을 파악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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