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종 전망
미국 정유·화학 설비 복구 몇 달 이상 걸릴 듯
정제마진 연중 최고치…에틸렌 가격 6개월래 최고
[ 고재연 기자 ]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안팎의 박스권에 머무르는 데다 미국 최대 정유 화학시설 단지가 있는 텍사스주 멕시코만 지역이 허리케인 ‘하비’로 큰 피해를 입으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반사이익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비수기에도 영업이익 급증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평균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9.9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품 가격에서 원료비를 뺀 값인 정제마진은 국내 정유사 실적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8월 평균 정제마진은 8.3달러, 7월 평균은 7.0달러였다. 지난해 평균은 6.1달러, 올해 평균 6.5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30%가량 높다. 석유제품 비수기인 3분기는 통상 정제마진이 연중 가장 낮은 시기로 꼽힌다.
올 3분기 정제마진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은 미국을 덮친 허리케인 ‘하비’ 영향이 크다. 하비가 미국 정제설비 30%가 밀집한 텍사스 지역을 강타하며 약 17%의 설비가 가동을 멈췄다. 일부 공장은 재가동되고 있지만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몇 달 이상 걸릴 수 있다.
이에 따른 수혜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에 집중될 전망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늘어난 8360억원으로 추정했다. 에쓰오일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급증한 4178억원이다.
에틸렌 가격도 급등
하비 영향으로 국내 화학업계가 생산하는 에틸렌 가격도 급등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에틸렌 평균 가격은 t당 1210달러로,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틸렌은 플라스틱 용품이나 기저귀 등 생필품부터 자동차까지 각종 산업과 생활 곳곳에 쓰여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태풍 영향으로 포모사플라스틱스와 옥시켐 등 텍사스주 내 대부분 생산 단지가 가동을 중단했다. 미국 내 에틸렌 생산량의 47%에 해당하는 1800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에틸렌 공급이 줄면서 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에틸렌마진도 늘어났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 수요가 회복되는 기간에 미국에서 공급 부족은 국내 업체에 유리한 업황을 조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의 에틸렌 연간 생산 규모는 △롯데케미칼 323만t △LG화학 220만t △여천NCC 195만t △한화토탈 109만t △SK종합화학 86만t △대한유화 80만t 등이다.
특히 범용 제품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롯데케미칼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전망이다. 합성수지·합성고무의 원료가 되는 스타이렌모노머(SM), 폴리에스테르의 원료가 되는 모노에틸렌글리콜(MEG) 등 롯데케미칼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허리케인 영향에 따른 폴리에틸렌(PE) 설비 가동 중단으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이익은 8017억원으로, 시장 추정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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