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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벌금·과태료 목표액 90%만 걷어도 3.2조… "사실상 서민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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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목표액 높인 정부
2018년 징수액 9.6% 늘린다는데…

법무부·경찰청·공정위 일제히 목표치 높여
"법집행 강화 내세워 복지재원 메우나" 비판



[ 김주완 기자 ] 정부가 내년 벌금, 과태료, 과징금 등 징수액을 늘리는 것은 ‘서민 증세’의 성격이다. 내년부터 급증할 복지 지출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꼼수’라는 시각도 그래서 나온다. 정부는 ‘법 집행 강화’라고 설명하지만 교통법규 단속 등이 심해지면 국민생활 전반의 경제적 압박이 커지게 된다.


◆목표 늘리면 실징수는 훨씬 커져

과거 사례를 보면 정부가 벌과금에 의욕을 보일 때는 늘 과도한 징수가 나타났다. 2014년에도 과태료와 과징금을 늘리기로 하자 당초 목표보다 각각 796억원과 7097억원이 더 걷혀 논란을 불렀다.

부처별로 보면 법무부의 벌금, 과징금, 과태료, 몰수금 항목의 세입 규모가 가장 크다. 올해 1조7266억원에서 내년 1조8855억원으로 9.2%(1589억원) 늘렸다. 법무부는 매년 형사 사건으로 확정된 벌금, 몰수금, 추징금 등을 걷고 있다. 대부분 범법자들이 내야 하는 벌금이다.

경찰청은 해당 수입을 같은 기간 7709억원에서 8262억원으로 7.2%(553억원) 높였다. 차량 속도·신호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가 대부분이다. 도로교통법과 경범죄처벌법 위반에 따른 범칙금도 여기에 포함된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 과징금 수입을 올해 4843억원에서 5114억원으로 271억원 증액했다. 10년 전인 2008년(1361억원)보다 네 배 가까이 늘렸다. 대부분 기업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부당 공동행위, 불공정 거래행위, 하도급법 위반 행위 등에 부과하는 과징금이다. 세금 체납자에게 벌금을 걷는 국세청과 임금체불 사업자의 벌금을 징수하는 고용노동부도 내년 해당 수입액을 각각 1941억원과 430억원으로 전년보다 늘려 잡았다.

내년 정부의 벌금·과태료 등의 징수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징수 목표의 90%만 달성해도 징수액은 3조2000억원이 넘는다. 역대 최대 징수액은 2014년의 3조1684억원(일반 회계기준)이었다. 내년에 정부 계획(3조5990억원)만큼 징수할 경우 지난해(2조9451억원)보다 6539억원 증가한다. 증가율로 따지면 2년 새 22.2%나 늘어나는 셈이다.

◆“법 집행 강화와 재정소요 확보”

정부가 징수액 목표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예산만큼 징수하지 못해 목표치를 과다하게 잡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3년 동안 감액 편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납액은 예산액을 계속 밑돌았다. 지난해에도 예산액은 3조5285억원이었지만 징수액은 2조9451억원에 그쳤다. 예산의 16.5%나 걷지 못했다.

최근 벌금 기준액이 높아지거나 교통단속장비가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내년 해당 수입의 증가 폭은 2013년(10.9%) 이후 가장 크다. 법무부는 “벌금형의 기본 취지는 재산 박탈을 목적으로 한 재산형이므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법 집행을 강화하기 위해 목표치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또 기획재정부의 ‘2018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에 따른 조치라고 강조했다. 해당 지침을 보면 ‘부담금, 벌금, 과태료 등 징수율이 낮은 경상이전수입은 실효성 있는 불납결손 최소화 및 징수율 제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과도한 마른 수건 짜기” 비판도

하지만 재원 확보를 위해 벌금, 과태료, 과징금 징수액을 높였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해 법무부가 올해 벌금 수입액을 전년보다 낮춰 예산안을 짤 때 참고한 ‘2017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에도 ‘실효성 있는 수납률과 회수율 제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비슷한 지침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재정 지출 소요 확보를 위해서 세외 수입을 확대한 측면도 있다”고 추가로 설명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복지 예산을 급격히 늘리면서 벌금, 과태료 등의 징수액을 늘려 편성했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내년 복지 예산은 146조2000억원으로 전체 지출(429조원)의 34%를 차지한다. 복지 지출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 복지 예산을 연평균 9.8% 늘릴 계획이다. 반면 복지 지출 급증으로 국가 채무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709조원에서 2021년 835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벌금, 과태료, 과징금 등의 징수액이 연간 정부 총 수입의 1% 안팎에 불과하지만 급증한 복지 예산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마른 수건도 쥐어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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