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위기를 호소하는 기업인들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 LIG넥스원 등 방산업체들은 어제 열린 전제국 방위사업청장과의 간담회에서 애로 사항을 쏟아냈다. 기업을 방산 비리의 주범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와 방산 비전문 기관인 검찰 감사원 등의 조사로 인해 경영 활동이 크게 위축돼 있다고 토로했다. 그제는 최평규 S&T그룹 회장이 창업 38주년 행사에서 “자주국방의 일익을 담당해온 방위산업이 중대 위기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방위산업 종사자들의 사기 저하는 큰 문제다. 국민 세금으로 주문 생산하는 방위산업 기업들이 비리를 저지른다면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부족한 기술과 예산, 빠듯한 일정 속에 개발한 무기체계에 약간의 문제만 생겨도 ‘결함 투성이’로 몰고 가는 일이 다반사로 빚어지고 있다는 게 방산기업들의 하소연이다. 방위사업체들이 오랜 기간 공들여 쌓은 기술개발 노하우가 ‘아니면 말고’식의 질책과 의심 때문에 사장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방위산업계의 활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는 오래다. 하지만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대 구매처인 정부의 기술개발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오히려 방위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기업들 호소만 이어지고 있다. 하도급업체에서 발생한 문제를 원청업체 책임으로 돌려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방위산업 기업들의 발목이 묶이면서 국내 무기 시장은 외국산의 놀이터가 됐다. 한국은 세계에서 무기 수입액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로, 지난해 미국에서만 약 6조원(50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활동 중인 수입상도 계속 늘어 1000곳에 육박한다. 방위산업은 자주국방의 토대이자 유망 수출 산업이기도 하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방위산업을 ‘달러 박스’로 키우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보호·육성하고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 위기를 정부가 자초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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