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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없던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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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집단반발에 백기투항…'교단 상처'만 남겨

한달간 소모적 논쟁…'희망 고문'
유치원 강사 전원 무기계약직
초중고 비정규 교원은 모두 불허

반으로 갈라진 학교 현장
"정규 교원과 마주하기 힘들어"
기간제 교사 "농락 당했다" 분통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제로정책 급제동



[ 김봉구 기자 ]
기간제 교사 등 초·중·고 비정규 교원에 대한 정규직(혹은 무기계약직) 전환이 백지화됐다. 정부는 ‘교내 비정규직 제로(0)’라는 당위론과 임용고시를 통한 교원 선발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결국 현실을 택했다. 평생 교사로 살아가길 바란 이들에겐 ‘희망고문’만 안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현장을 반으로 가른 신분 갈등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상처만 남기고 끝난 비정규직 심사

교육부가 11일 발표한 비정규직 교원 처우 방안의 핵심은 임용고시 근간을 흔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치원 비정규 강사를 제외한 초중고 내 기간제 교원 및 영어회화 전문강사, 초등 스포츠 강사, 다문화언어 강사, 산학겸임교사, 교과교실제 강사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을 모두 불허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상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타법령에서 기간을 달리 정하는 교사·강사 중 특성상 전환이 어려운 경우’를 전환 예외 사유로 명시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교육부가 교사들의 집단 반발에 굴복한 모양새라고 지적한다. 비정규 교원의 정규직 전환 이슈에 대해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대형 교육 단체들 대부분이 좌·우 이념과 상관없이 강하게 반발했다.

교육부는 고용 보장을 해 주지 못하는 대신 처우 개선 등 각종 당근책을 제시했다. 기간제 교사들이 계약할 때 방학 기간을 제외하는 ‘쪼개기 계약’ 등 불합리한 고용 관행을 올 2학기부터 개선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성과상여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고, 정규 교원 수준의 맞춤형 복지비 지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 국장은 “시·도교육청과 기간제 교사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분 갈등’에 갈라진 교단

기간제 교사들은 정부를 강력 규탄했다. 심의위 결정 발표 직후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허울뿐이며 기간제 교사들을 농락한 행위였다”고 비판했다. 학교 현장이 반으로 갈라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기간제 교사는 “예전엔 보이지 않는 차별 정도만 느꼈는데 이번 사태를 겪으며 교무실에서 정규 교원들과 얼굴을 마주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교사들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게 심각한 문제”라며 “교직사회 화합을 위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달라”고 교육부에 촉구했다.

교내 비정규 교원의 정규직 전환이 무산되면서 이제 쟁점은 정규 교원 확충 논의로 옮겨갈 전망이다. 영어 강사만 해도 기존 인력이 퇴사하면 충원을 위한 신규 채용은 하지 않도록 한다는 게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권고한 사항이다. 기간제 교원도 중장기적으로 줄이면 정규 교원 확충이 불가피하다. 서울 소재 한 사범대 교수는 “교원 확충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기존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되 미국처럼 교사는 오로지 가르치고 평가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 부담을 과감히 줄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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