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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파카 키운건 가족경영과 창업자 가치 공유한 인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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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카 홍보대사' 제프리 파카 창업주 증손자 방한

"경영 손 떼고 펜 전도사로…만년필 소비 대물림 될 것"



[ 문혜정 기자 ] “한국은 정보기술(IT)이 발달한 나라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만년필을 씁니다. 한글 체계가 만년필을 사용하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웃음)

세계적인 필기구 브랜드 파카 설립자의 증손자인 제프리 새퍼드 파카 씨(69·사진)가 지난 6일 처음 한국을 찾았다. 내년 창립 130주년을 맞는 파카의 홍보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의 증조부인 조지 새퍼드 파카가 1888년 미국 위스콘신주에 세운 파카펜컴퍼니는 3대에 걸쳐 가족경영이 이뤄졌다. 파카 집안은 1986년 이후 모든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제프리 파카 씨는 파카의 철학과 브랜드를 알리는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만년필과 펜 전도사로 나선 그는 스스로를 ‘파카의 역사학자’라고 표현했다. “파카는 ‘장인정신’과 ‘고품질 소재’, ‘혁신’으로 세계 필기구 시장에서 언제나 프리미엄 가치를 추구했습니다. 1929년 대공황 당시 750달러면 차를 샀는데 파카의 펜 한 개가 7달러50센트였어요. 해고를 줄이기 위해 값싼 펜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자 파카 브랜드를 붙이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파카씨는 급속히 진행되는 디지털화도 대공황처럼 여러 도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파카는 단순한 펜을 넘어 소비자에게 특별한 추억과 경험, 사람들 간의 애정과 소통을 전달하도록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아내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사랑한다’고 쓰는 것과 손으로 쓰는 것은 무슨 차이일까요. 디지털 음원이 넘치는 시대에 왜 여전히 콘서트를 갈까요. 왜 사람들이 다시 필름 사진을 찍는 거죠. 젊은 세대들이 그 차이를 이해하고 경험하도록 할 겁니다.”

파카씨는 양복 앞주머니에서 조부인 케네스 파카가 준 만년필과 샤프펜(1940년 출시된 파카51 모델)을 꺼냈다. 그는 “첫 손주가 태어났다는 전보를 받은 조부가 생산라인에서 이 두 개의 펜을 집어 와 사무실 서랍에 보관했다”며 “저의 16세 생일에 선물로 주셨는데 볼 때마다 조부의 애정과 추억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파카씨는 앞으로도 만년필 소비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쏟아지는 이메일 속에서 손편지가 나름의 가치를 지니듯이 삶의 여러 분야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업 승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3대에 걸쳐 가족경영을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죠.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깨달은 건 창립자의 가치와 철학을 이해하면서도 더 나은 인력과 기술, 더 큰 유통망을 확보할 인수자라면 장기적으로 회사를 더 키울 수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파카는 이날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파카 트래블링 뮤지엄’을 공개하고 일반 소비자 및 딜러(유통업자)들과 만났다. 트래블링 뮤지엄은 파카의 장인정신이 담긴 영국 왕실 헌정 에디션과 리미티드 에디션들로 구성됐다. 오는 10일까지 교보문고에 전시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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