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요즘 시사 흐름에서 가장 주목할 단어가 동맹(同盟)이다. 앞 글자 同(동)은 달리 풀 필요가 없겠다. 뒤의 盟(맹)이 이번 글의 주제다. 우리에게는 맹서(盟誓·맹세)라는 단어로 쉽게 다가서는 글자다.
이 글자는 우선 해(日)와 달(月), 그 둘을 합쳐 ‘밝다’라는 뜻의 明(명)과 그릇을 가리키는 皿(명)의 합성이다. 고대 동양 예법(禮法)에서 나라와 나라, 집단과 집단 또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약속 등을 행할 때 벌였던 행위의 하나다.
盟(맹)은 어떤 형태로 벌어질까. 설명에 따르면 우선 구덩이를 파고, 희생(犧牲)으로 잡은 소나 양 등을 그 위에 올린 뒤 행사를 주관하는 이가 희생물의 왼쪽 귀를 잘라 피를 낸다. 그 피를 그릇에 담은 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고루 나눠 마시거나, 적어도 입에 발라야 한다. 이어 동물의 피를 사용해 서로가 약속하는 내용을 죽간(竹簡) 등에 적는다. 다시 그 내용을 서로 읽으면서 약속을 되새긴다. 변치 않는 해(日)와 달(月), 희생의 피를 담은 그릇(皿)이 등장한다. 영원한 대상 앞에서 맺는 진지한 약속이라는 의미다.
원래는 통일체를 형성하지 못했던 옛 중국의 각 제후(諸侯) 사이에서 벌어졌던 약속들이다. 일종의 결속을 위한 서약 의식이다. 모임을 주도한 쪽을 맹주(盟主), 그런 모임 자체를 회맹(會盟), 그로써 맺어지는 관계를 결맹(結盟)이라고 했다. 현대에 들어와 새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단어 중 가장 유명한 말이 바로 동맹(同盟)이다. 영어 단어 ‘alliance’의 번역이다. 그런 약속으로 한데 모인 그룹을 연맹(聯盟), 우정보다 더 진한 피로써 맺어진 집단을 혈맹(血盟)이라고 한다.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자 맹우(盟友), 나아가 맹방(盟邦)이다. 북핵의 거센 위협 앞에서 우리는 이 소중한 관계를 보듬고 강화해야 한다. 북한과의 어설픈 대화에 집착하다가 동맹의 틈을 벌리는 일은 커다란 위기 앞에 선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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