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은 대학가가 '소통 부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소통과 조정 능력을 상실하면서 학내 갈등이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학교와 학생 간 신뢰가 무너진 게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을 둘러싸고 일어난 충돌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8월 학교 측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체결한 게 발단이었다. 학생들은 "밀실에서 체결된 졸속 협약 "이라며 반발했다. 협약 철회를 내걸고 1년새 두 차례 본관을 점거하며 역대 최장 점거농성을 벌였다.
당초 갈등 원인은 시흥캠퍼스 사업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통 문제가 불거졌다. 학생과 학교 양측은 이미 올 3월 학교 본관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으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그러다 지난 7월 학교 측이 학생에게 사전 통보한 곳과 다른 곳에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면서 비난을 샀다.
징계위를 연 학교는 이날 본관 점거농성을 주도한 학생 12명에 대한 무기정학 등 중징계를 내렸다. 학생들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고, 결국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일 "학생들에 대한 징계는 출석 및 진술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위법하다"며 학생들 손을 들어줬다.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학교 재단 비리 의혹을 제기해온 서강대 학생들도 최근 총장 담화 추진 과정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이달 말 예정된 박종구 총장과 학생 비상대책위원회와의 대화에서 총장 측이 '사전 질문'을 미리 달라고 요구한 게 문제가 됐다.
서강대생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에서는 "대본 없이 자유로운 질의응답과 의견 제시가 보장돼야 한다"는 성토가 나오기도 했다. 서강대생 이모 씨(25)는 "구성원간 상호불신이 커졌다. 신뢰 회복을 위해선 꾸준한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박 총장은 학교 재단의 주축인 가톨릭 예수회 소속 신부다.
앞서 중앙대도 지난 5월 '전공개방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의견 수렴이 없었다며 반발을 샀다. 전공개방제는 올해 입시에서 정시모집 일부 인원을 학과가 아닌 단과대학 단위로 선발하겠다는 내용.
학교 측은 4월4일 전공개방제 도입 방침을 밝힌 뒤 한 주 뒤 교무위원회에서 이를 포함한 신입생 선발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학생뿐 아니라 교수들도 "대학 본부가 추진하는 전공개방제는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고 구체적 계획도 미비해 수용할 수 없다"며 원점 재논의를 주장하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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