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공지능(AI) 비서 ‘시리(Siri)’ 책임자를 교체했다고 한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각각 자사의 AI 비서 ‘알렉사’와 ‘코타나’를 연동하는 등 경쟁이 치열한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AI 비서 기능은 차세대 개인 컴퓨팅을 위한 플랫폼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글로벌 IT 강자들의 동향은 비상한 관심을 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은 AI 등 지능정보기술이라고 하지만 ‘진검 승부’는 이를 활용한 플랫폼 경쟁이다. AI 플랫폼 승자 기업이 금융 유통 미디어 제조 등 전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 분야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더라도 플랫폼 경쟁에서 패배할 경우엔 시장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만약 아마존의 알렉사가 플랫폼을 지배하면서 별도 검색의 필요성을 떨어뜨리면 구글도 타격을 받게 된다. 애플, 아마존, MS는 물론이고 구글 등 다른 IT기업들이 AI 플랫폼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문제는 한국의 대응이다. 삼성이 비브랩스를 인수해 AI 플랫폼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최고경영자 부재 등 불확실성으로 인해 앞으로 얼마나 대대적 투자에 나설지가 변수다. AI 플랫폼을 주도하는 미국, 약진하는 중국 등과 비교할 때 한국 기업이 처한 불리한 환경도 문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1997~2016년 한국인 연구자가 국제학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에 발표한 AI 논문을 조사한 결과 논문 수 증가 속도는 느리고 특정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구도 인력도 취약하다는 얘기다.
데이터 활용이나 신사업 진출 등을 가로막는 규제까지 널렸다. 정부와 기업 간 손발이 척척 맞는 미국 중국 등에 비하면 한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말로만 4차 산업혁명을 외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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