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유럽과 국내에서의 ‘살충제 계란’ 문제로 계란 섭취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계란 생산량이 줄었는데도 최근 계란 소비가 급감해 계란값이 떨어지고 있다.
계란에는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계란의 흰자에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노른자에는 성장, 두뇌 발달, 그리고 면역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지질이 풍부하다. 2015년 미국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에서 건강한 사람은 계란 등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식품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지침을 바꿨고 계란을 과일, 채소, 곡물과 같이 먹도록 권고했다.
진료를 하다 보면 노인, 여성 저소득층은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한 비율이 높은 편이다. 최근 한 국내 연구결과를 보면 하루에 단백질을 권장량보다 75% 미만 섭취한 사람의 사망 위험은 적정량을 섭취한 사람보다 24%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은 신체 내 모든 세포의 주요 구성요소이고 우리 몸의 조직을 만들고 수리하는 데도 필요하다. 몸의 대사에 중요한 효소, 호르몬 등을 만드는 데도 필요하고 근육, 뼈, 연골, 피부, 혈액, 심지어 모발과 손발톱을 만드는 데도 요구된다. 하지만 단백질을 많이 함유한 소고기 등은 가격이 높은 편이라 저소득층에서 섭취 부족의 문제가 생기기 쉽다.
단백질 100g을 섭취하기 위해 계란은 4000원 정도가 소요되지만, 소고기 등심은 3만3000원, 돼지 삼겹살은 1만7000원, 고등어는 8000원 정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계란은 다른 단백질 식품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일반 계란보다 3~4배 가격의 친환경 계란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밀집 사육 방식 대신 ‘동물복지’ 농장 방식으로 생산한 계란은 생산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계란은 서민들이 먹는 밥상에는 오르기 어려운 가격대이므로 더 많은 국민의 단백질 섭취량이 더 줄어들까 우려된다. 계란이 들어 있지 않은 김밥이나 계란 부침이 빠진 백반을 떠올리는 것은 슬픈 일이다.
친환경 계란 생산의 확대는 물론 환영할 일이지만 이와 함께 서민들이 부담 없는 가격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일반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 식품안전관리 일원화 등 제도적 뒷받침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우리 소비자들도 살충제 계란에 대한 두려움으로 영양 섭취가 부실해져 건강을 해치지는 말아야겠다.
강재헌 <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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