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 이현진 기자 ] 전국 사립유치원이 오는 18일과 25일 두 차례 집단 휴업을 결의했다는 소식이다. 인터넷 육아카페는 말 그대로 불이 났다. 경기 파주시의 한 학부모는 “추석 전주에 휴업을 하면 어쩌자는 것이냐”며 “원비를 환불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답도 없고 속만 탄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휴업을 해도 맞벌이 가정 등을 위해 1개 반 정도는 운영을 하던 예전과 달리 이번은 전면적이다.
사립유치원은 1980년대 급격히 늘어난 유치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정부가 현재와 같은 소규모 사인(私人) 경영을 장려하며 성장해왔다. 발맞춰 걷던 정부와 삐걱대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누리과정 도입으로 ‘국가책임 유치원 교육’이 떠오르며 거대한 시장을 이룬 사립유치원은 ‘적폐’로 몰렸다. 여기에는 일부 원장이 저지른 비리 등으로 커진 불신도 한몫했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개정안’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달부터 사립유치원에 적용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사유재산인 유치원의 회계감사도 비영리기관인 학교법인과 같은 기준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개별 문제를 확대해 모든 사립유치원을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을까. 욕을 먹으면서도 휴업을 강행하는 속사정과 이들의 요구도 들어봐야 한다. 사립유치원들은 국공립과 정부지원금을 똑같이 나누면 국공립을 새로 짓는 것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무상교육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유치원에 주는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유용의 우려도 줄어든다. 정부의 입장에선 타당성을 검토해볼 만하다.
회계감사도 받겠다고 한다. 다만 대부분 유치원은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법인 기준이 아닌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다. 정부와 사립유치원 측은 이런 대화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사립유치원의 ‘밥그릇 싸움’이라 욕하지만, 밥그릇은 신성하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정부가 목표대로 국공립을 40%까지 늘리더라도 나머지 60%는 사립에 의존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사립유치원을 무작정 ‘악마화’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이 나라의 아이들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