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판결' 후폭풍
근로기준법에 통상임금 범위 정하겠다는데 …
2015년 노·사·정 대타협 취지 따라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에 상여금 포함 등
노동현안 함께 묶어 '빅딜' 해야 할 상황
노사간 이견 워낙 커 국회 조율 쉽지 않아
[ 강현우 기자 ]
정부와 정치권이 통상임금 입법화를 공식화했다. 전날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줄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자 여야를 막론하고 “법제화를 서두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가 법에 명확히 규정되면 무분별한 소송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거 노·사·정 대타협의 취지에 따라 국회에 상정돼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수준의 법 개정이라면 기아차 사례처럼 ‘정기성·고정성·일률성’을 갖춘 정기상여금 관련 통상임금 소송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경영계의 우려다.
◆과거 타협안이 있기는 한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통상임금 법제화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정부는 불필요한 노사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장 지도를 강화하고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입법화될 통상임금 정의와 범위에 대한 논의는 2015년 9월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에서 합의된 내용을 기반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당시 노·사·정은 2013년 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대로 정기성·고정성·일률성을 갖춘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정의하기로 했다. 정기 상여금 등 어떤 명목의 임금이든 이 세 가지 요건을 갖추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얘기다. 또 근로자 개인의 사정이나 성과 등에 따라 달라지는 등 제외해야 할 금품은 대통령령으로 정해 명확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 합의를 기반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김성태 의원 안)이 지난해 5월 국회에 상정됐고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보완책 있어야 할 듯
김성태 의원 안대로 법이 개정되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명확히 해당하지 않는데도 일단 제기하는 식의 ‘묻지마’ 소송은 상당수 줄어들 수 있다. ‘월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소송을 제기한 현대자동차 노조 같은 사례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2심까지 ‘고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노조 패소 판결했다.
반면 기아차 사례처럼 요건을 갖춘 기업들은 법제화된다 하더라도 노조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해당 기업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회사가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는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성실의 원칙’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영계에선 “노사 합의로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경영계 불안 잠재울 수 있을까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과 휴일근로수당 중복 할증 문제,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 등 임금체계 및 근로형태와 관련한 현안을 통상임금과 함께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경영계의 분석이다.
2015년 노·사·정 대타협 당시에도 이런 현안을 함께 묶어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방식의 노동시장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도 통상임금과 함께 1주일을 7일로 정의하는 근로시간 단축 입법안이 함께 들어가 있다.
연장근로수당의 기준임금인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키면 수당이 뛰기 때문에 노동계에 유리하다. 그러나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에는 기본급과 일부 수당만 들어가 있을 뿐 정기상여금이 빠져 있어 연봉 3000만~4000만원 근로자도 최저임금 인상 수혜를 보는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제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계 주장을 수용할 경우 경영계 의견을 반영해 충분한 유예 기간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노·사·정 대타협 이후에도 노사 갈등과 여야 정쟁 등으로 법 개정이 번번이 무산됐다는 점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제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 통상임금
일상적 근로의 대가로 받는 임금. 근로기준법은 야근·주말특근 등 연장근로 시 통상임금의 1. 5배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적으로(정기성), 근로자 모두에게(일률성), 추가 조건 없이 일한 시간에 따라(고정성)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카카오톡 채팅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2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