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바이오헬스포럼
한경·한국생명공학연구원·한국바이오협회 공동주최
과기부, 초기 벤처 육성…복지부, 임상1상 이상만 지원
3~7년차 벤처 '고사' 위기…단계별 맞춤 금융지원 절실
[ 전예진 기자 ] “바이오벤처들이 임상 시작 단계에서 전멸하고 있습니다.”(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단장) “창업 3년 이내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가 절실합니다.”(임정희 인터베스트 전무)
30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한경바이오헬스포럼 제3차 조찬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창업 초기 바이오벤처를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투자비가 많이 드는 바이오산업 특성상 임상부터 상업화까지 성공할 확률이 다른 산업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창업 3~7년차 기업이 맞닥뜨리는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에서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로 생존율을 높여주면 바이오산업의 동반성장이 가능해지고 창업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죽음의 계곡’에 빠진 바이오벤처
바이오헬스산업의 기초연구단계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임상이 본격화되면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담당부처의 구분이 모호한 전임상, 임상 1상 단계에서는 어느 곳에서도 지원받지 못하는 공백 현상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묵현상 단장은 “400개의 바이오벤처가 만들어지면 데스밸리를 건너는 회사가 1년에 2개뿐”이라며 “부처의 지원 공백을 없애 벤처가 살아남게 해야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희 전무는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더니 벤처기업 창업이 급증했다”며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초기 기업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생명기초사업실장은 “유사하거나 중복된 분야에 대한 R&D 투자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정부의 R&D 투자를 조정하고 개편할 필요가 있지만 무조건 유사중복 투자를 막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경쟁력 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분야는 여러 부처가 걸쳐 있기 때문에 협업을 통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도 프로젝트 중심 정부 지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단장은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해 프로젝트를 선정하면 트렌드에 맞지 않는 낡은 과제에 치우치게 돼 뒷북만 치게 된다”며 “프로젝트로 제안받지 말고 해당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잘하는 사람에게 지원하는 사람 중심의 지원으로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 개혁, 법 개정, 인프라 구축 시급
정부의 투자 활성화뿐만 아니라 규제 개혁, 인프라 구축 등 제도적 지원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3차원(3D) 프린팅산업 진흥법에는 10개 항목 중 2개꼴로 규제일 정도로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보다 강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며 “자회사를 설립하지 못하게 한 병원 창업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하영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술거래 활성화를 위해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표준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미국처럼 의료기관이 생성하는 임상정보를 표준화하는 작업 등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흥열 한국생명공학연 정책연구센터장은 “생명과학육성법을 시대 변화에 맞게 개정해 바이오 육성 정책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융합’을 강조했다. 최태홍 보령제약 대표는 신약개발을 위한 기초연구와 임상 생태계의 연결,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는 산업화 염두에 둔 바이오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는 “정보기술(IT), 반도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바이오 분야에서도 융합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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