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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부동산 민원인 뺑뺑이 돌리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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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금융부 기자 jeong@hankyung.com


[ 정지은 기자 ] “벌써 뺑뺑이만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요. 부처들마다 수건 돌리기하듯 책임을 떠넘기네요.”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한 주부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이후 거의 매일 민원을 넣으러 다닌다고 했다. 이번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바뀐 데 따른 피해와 문제점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그는 대책이 나오기 한 달 전 서울 월계동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다른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강화된 중도금 대출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당초 4억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던 중도금 대출금액은 2억4000만원으로 줄었다. 갑자기 모자란 1억8000만원을 마련할 방법은 없는데, 이제 와서 아파트를 포기하면 계약금을 날릴 판이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를 더욱 막막하게 한 것은 얘기를 책임지고 들어주는 정부 부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번 대책을 마련한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3개 부처를 찾았다. 하지만 답변은 같았다. 기재부나 국토부에선 주택담보대출은 금융위 소관이라며 그쪽으로 넘겼다. 금융위에선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는 기재부에 문의하라며 떠넘겼다. 각 부처 업무에 맞게 질문을 바꿔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겪는 민원인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위에 접수된 피해 사례만 200여 건에 달한다. 금융위와 면담을 요청하며 정부서울청사를 집단 방문하는 민원인들도 있었다. 이날 몇몇은 금융위 관계자를 만나 두 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면담을 마치고 나오는 한 민원인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다음에는 금융위 말고 기재부나 국토부도 직접 찾아가 집단 항의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토로했다.

사흘 뒤면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된다. 갑자기 발표된 새 정책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는 서민도 상당하다. 이럴수록 정부는 더 세심해야 한다. 더욱이 ‘서민’을 모토로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가 아닌가. 문 대통령이 나흘 전 금융위에 대해 “서민의 친구가 됐다”고 치켜세운 게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정지은 금융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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