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프로젝트 핵심 지역
중동시장 영향력 확대 포석
펀드 일부 위안화로 조성 검토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중동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20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은 지난 24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알팔리 장관은 “50 대 50으로 조성하는 이 펀드를 통해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에너지, 광산업, 원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것”이라며 “11개 사업 계약을 이번주 안에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측은 펀드 일부를 중국 위안화로 조성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모하메드 알타와이즈리 경제기획 차관은 위안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판다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판다본드는 외국인 투자자가 중국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이다.
저유가로 재정이 부족해진 사우디는 최근 몇 년 동안 수천억달러를 해외에서 빌렸다. 모두 미국 달러 자금이다. 위안화 자금을 차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로버트 메이슨 카이로 아메리칸대 중동연구소 소장은 “중국과의 무역 및 투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사우디로선 위안화를 사용할 충분한 동기가 있다”며 “달러에 맞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키우려 하는 중국에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지난 3월 에너지부터 우주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650억달러 규모 사업 계약을 맺었다. 이번 펀드 조성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우디는 중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었지만 지난해 러시아에 밀렸다. 중국은 사우디의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양국 무역액은 423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중동 지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중동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핵심 지역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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