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IoT, 자율주행차 기반될 우주기술
관측·통신·정밀항법 위성 자체개발하고
한국형 로켓·달탐사 통한 국력강화 필요
류장수 <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AP위성 대표 >
지난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단계 달궤도 탐사선을 2020년 말 발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도 본격적인 지구 밖 우주개발시대로의 진입을 앞두게 된 것이다. 지난 4반세기 동안 한국은 지구관측 위성 국산화사업과 나로호로 대표되는 우주발사체사업으로 우주개발을 본격화해왔다.
우주산업 통계전문기관인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한국의 우주개발 투자는 2016년 기준 세계 12위로 국내총생산(GDP) 국가 순위와 비슷하다. 문제는 투자 규모에서 우리가 조속히 따라가야 하는 일본이나 프랑스의 20% 수준으로 너무 적다는 사실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인간보다 우수한 인공지능 활용산업과 기계들의 자발적 통신이 주를 이룰 사물인터넷(IoT)산업이 부각되고 있다. 이들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우주산업이 왜 중요한지와 한국이 추진해야 할 우주개발 방향을 살펴보자.
우선 세계 우주개발 변천사를 짚어보면 1950년대 후반부터 냉전이 종식된 1980년대 후반까지 30년간은 미국과 옛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시기였다. 이후 정보통신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해 통신방송위성과 지구관측위성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많은 국가가 우주기술 개발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70개국이 국가우주개발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인공위성과 그 활용이 주가 되는 우주산업을 도외시하고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초연결사회를 구현하는 IoT산업을 육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우주산업에 필요한 기술 육성으로 국방력을 배양하고 자국 국민에게 국력에 대한 자부심을 고양하는 데 있다. 아직 준비단계지만 우주여행산업도 기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우주개발계획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첫째, 인공위성의 자력개발능력 확보와 위성산업 육성이 중요하다. 핵심기술을 타국에 의존하지 않고 인공위성을 자체 개발하고 위성 응용산업을 주도적으로 발전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빅데이터산업에서 중요성이 커질 영상데이터 획득을 위한 관측위성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몇 종류의 관측위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정찰위성 국산화개발사업의 신속한 착수도 요망된다. 정찰위성 개발은 일반적인 무기 체계와 달리 개발과 양산이 구분되지 않는 특수성이 있다. 더욱이 자주국방 달성에 꼭 필요한 세계 최고 수준의 국산화 개발이므로 지연된 일정을 감안해 조속히 추진하되 60개월이라는 일정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
관측위성 사업들과 달리 통신방송위성과 항법위성은 아직까지 국내 개발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이들 사업은 타당성 평가단계에 있는데 육지, 바다, 하늘의 어느 곳이든 연결되는 전천후 통신의 실현과 정밀위치 제공이 필요한 자율자동차산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통신방송위성과 정밀항법위성의 자체 개발은 꼭 필요하다.
한국은 대량생산산업이 국가경제의 중추를 담당해왔다.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추진해왔으나 내수 기반이 탄탄한 중국의 맹추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어려움은 더 크다. 2000년대로 진입하면서 대량생산산업에서는 산업로봇과 자동화장치가 거의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기 어려운 소량다품종 고부가가치산업도 육성해야 한다. 위성산업이 대표적이다. 인공위성 제조산업이나 위성활용산업은 산업 규모가 커질수록 기술집약적 인력이 더욱 필요해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산업이다.
둘째, 한국형 우주발사체와 달 탐사사업, 정찰위성사업과 같은 ‘국력강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은 세계가 우려하는데도 핵폭탄과 이를 탑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달 탐사에 필요한 우주선 개발과 이를 달까지 보낼 수 있는 우주발사체, 정찰위성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경제력과 함께 이런 국력이 뒷받침될 때 국민에게 자부심 고취와 안도감을 주고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류장수 <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AP위성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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