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과 보장범위 같다면 보험사 의료비 부담만 커져
당국, 2018년 상반기 출시 목표
'가격 결정권' 보장이 변수
[ 박신영 기자 ] 금융당국이 유병자(有病者)·은퇴자를 위한 실손의료보험 출시를 다시 본격화하면서 보험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유병자 실손보험의 경우 보장범위와 가격에 따라 보험사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일반인을 상대로 판매하는 실손보험과 보장범위가 동일하다면 보험료를 기존 상품보다 3배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유병자보험 손해율 높을 것”
금융감독원은 올초부터 보험개발원과 함께 4개 손해보험사, 2개 생명보험사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유병자 및 은퇴자 실손보험 출시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해왔다. 질환을 겪은 적이 있는 유병자, 회사 단체실손보험에 가입했다가 은퇴 이후 재가입이 어려워진 이들이 실손보험 사각지대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사들은 유병자 실손보험에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의료기술 발달과 건강에 대해 높아진 관심으로 은퇴연령층인 50~60대의 건강 상태는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반면 병력이 있는 이들은 후속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사례가 많다는 게 보험사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은퇴자에겐 기존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길을 열어두고, 유병자에겐 전용 실손보험을 따로 만드는 방향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유병자 실손보험이 기존 실손보험과 보장범위가 같다면 보험료는 적어도 세 배 이상 돼야 보험사가 손실을 입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유병자보험의 한 종류인 간편심사보험의 경우 보장범위와 가입 연령, 성별 등을 동일하게 가정했을 때 일반 건강보험보다 보험료가 약 1.5배 비싸다”고 말했다. 간편심사보험이란 나이가 많거나 병력이 있어 보험 가입이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안에 암진단, 입원·수술 등의 이력이 없다면 가입이 가능한 상품이다. 배우 이순재 씨가 광고모델로 나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고 한 라이나생명의 ‘OK실버보험’이 대표적인 간편심사보험이다.
◆가격 자율성 어디까지 보장될까
문제는 정부가 유병자 실손보험의 가격 결정권을 어느 수준까지 존중할지다. 금융당국은 유병자 실손보험의 보장범위가 결정되지 않은 만큼 가격을 논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한다면 유병자 실손보험의 보장범위가 기존 실손보험과 같을 수는 없다”며 “보험료 수준도 위험률과 같은 큰 원칙이 세워져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유병자 실손보험의 경우 정부가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접근하는 만큼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이미 금융위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 따라 보험사들이 얻은 반사이익 규모를 분석하고 있다. 금감원도 보험사들의 실손보험료 책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감리를 이르면 이달 마칠 계획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유병자 실손보험은 자동차보험처럼 공동인수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보험사들이 기존 유병자보험에 대해서도 위험률이 높다는 이유에서 재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만큼 보험료의 일정부분을 보조해주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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