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 창업자 쓴소리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정부 보호 덕에 성장했지만
밖으로 나오면 바로 숨질 것
차이나유니콤, 민간에 떠넘겨…상장사 200여곳 공산당 개입
[ 베이징=강동균/도쿄=김동욱 기자 ] “중국 기업은 무균상자 안에서 사는 아이와 같다. 밖으로 나오면 곧 숨질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 창업자가 중국 정부의 지나친 보호가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JD)닷컴을 창업한 류창둥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정부 우산 아래서 커 온 대표 기업으로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BAT)를 들었다. 이들 기업은 각각의 최대 경쟁업체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의 중국 내 서비스가 차단된 덕에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 정부는 ‘만리방화벽’으로 불리는 검열시스템을 통해 소비자가 구글, 페이스북 등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류 CEO는 정부의 통제가 IT 기업의 단기적 성장을 이끌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BAT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거둔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류 CEO는 “(정부의 보호를 받는 중국 기업은) 무균상자 안에서 사는 아이와 같다”며 “태어나자마자 어떤 균이나 질병에도 노출되지 않고 정화된 공기와 물만 먹고 살던 아이가 밖으로 나오면 아프다가 금방 숨지는 것처럼 중국 기업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 보호에 익숙해진 BAT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의 경쟁자가 되기 위해선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개입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2위 통신회사이자 국유기업인 차이나유니콤은 이날 지분 35.2%를 780억위안(약 13조2615억원)에 14개 민간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컨소시엄에는 BAT를 비롯해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디디추싱, 징둥닷컴, 가전 유통기업 쑤닝 등이 참여했다.
이번 지분 매각은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을 살리기 위해 추진 중인 ‘혼합소유제’ 개혁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중국 정부는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유기업에 민간 자본을 수혈하고 있다.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국유기업을 민간기업의 팔을 비틀어 살리는 격이라며 민간기업까지 함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3314개 기업 중 288곳은 정관에 공산당의 개입을 명시했다. 올 4~7월에만 197개 기업이 정관에 ‘당의 의도’를 명문화했다. 정관에는 △당의 중심 지위를 인정한다 △사내에 당 조직(당위원회)을 설립한다 △중요한 경영의사 결정 때 먼저 당 조직의 의견을 듣는다 △CEO는 사내 당 조직 대표를 겸임한다 등의 조항이 담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관 변경은 기업에 대한 당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며 “해외 투자자와의 마찰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도쿄=김동욱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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