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경제전문가 100명 설문
"잘하고 있다" 58%…소통 등 '국민통합' 높은 점수
"복지 확대·최저임금 인상 속도 너무 빠르다" 52%
가장 챙겨야할 정책은 '경제' 45% '외교안보' 42%
[ 고경봉/오형주 기자 ] 경제 전문가의 58%는 ‘문재인 정부 100일’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41%는 ‘보통’이라고 답했고, ‘못하고 있다’는 의견은 1%에 그쳤다.
한국경제신문이 17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기업인 등 경제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다. 집권 초 국정 운영에 대해 일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경제 전문가들도 합격점을 줬다. 하지만 분야별로는 평가가 엇갈렸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한 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4%가 국민통합을 꼽았다. 반면 외교안보(5%), 인사(5%), 경제(6%)를 꼽은 응답자는 적었다. 특히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 60%나 됐고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대해선 72%가 ‘빠르다’고 답했다.
국민통합 ‘합격점’ 경제는 ‘글쎄’
경제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국민통합 행보에 높은 점수를 줬다. ‘국민통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4%가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탈권위적인 모습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택 수출입은행 부행장은 “탈권위 행보와 소통 강화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경제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응답자의 58%가 ‘보통’이라고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잘한다’는 30%, ‘못하고 있다’는 12%였다. “소득주도성장 등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법에 없는 규제를 만들어냈다”거나 “미래 성장동력 발굴없이 나눠먹기식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분야로는 경제(45%)와 외교안보(42%)가 꼽혔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청년층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이 경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배경이다. 구체적으로는 일자리 창출(23%), 경제 성장(21%), 4차 산업혁명 등 신성장엔진 발굴(17%), 재벌 개혁, 갑질근절 등 경제민주화(9%) 순으로 우선순위가 높았다. 소득주도성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성장동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외교안보는 북핵 위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복지 확대, 최저임금 상승 너무 빠르다
정책별로는 탈원전 반대가 두드러졌다.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을 영구중단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76%가 반대 의견을 보였다. 탈원전 정책 자체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60%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영구중단이 초래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국가적 이익을 충분히 따져보고 현실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 확대와 최저임금 상승에 대해선 속도조절을 주문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지급,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복지 확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응답이 52%였다. ‘적당하다’는 의견은 48%였다. ‘느리다’는 응답은 없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선 ‘빠르다’가 72%, ‘적당하다’가 27%였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고용창출과는 상반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생산성 향상 속도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고소득자와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증세’ 방침에 대해선 찬성이 56%, 반대가 44%였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고소득자·대기업 증세 찬성에 일방적으로 쏠림현상(7월24일 리얼미터 조사 85.6%)이 나타난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증세 우선 순위는 소득세(37%), 법인세(31%), 부가가치세(16%) 순으로 의견이 나왔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데 찬성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찬성이 59%, 반대가 41%였다.
고경봉/오형주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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