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Master 기업문화 (8)·끝
배경 서로 다른 사람들 모이면 창의적 에너지 발휘돼 고성장
IBM, 1995년 다양성 TF 구성
인종·성별 등 8개 그룹으로 분류
채용·승진 차별 없애자
중소 규모 시장 점유율 급증
양나래 < 경영컨설턴트 >
“숫자는 나이도 성별도 피부색도 차별하지 않는다.” 올초 개봉한 ‘히든 피겨스’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근무하는 주인공은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장생활에서 불이익과 고전을 면치 못한다. 비단 1960년대 미국의 일만은 아니다. 2015년 실리콘밸리 한복판에서도 대규모 소송이 제기됐다. 해당 기업은 여성이라는, 외국인이라는, 출신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했다는 것만으로 조직 내 사기저하는 물론 기업 이미지 실추 등 상당 부분의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미 해병대에서 진행된 흥미로운 실험을 살펴보자. A,B,C 각 그룹의 인원은 6명씩 동일하다. A그룹은 목표도, 원칙도 없다. B그룹은 목표와 원칙이 있고, 동질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C그룹은 목표와 원칙이 있고, 서로 다른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다. 세 그룹 중 어느 그룹이 가장 좋은 성과를 냈을까. 정답은 C그룹이다. A그룹은 4명분, B그룹은 8명분의 일을 한 것에 비해 C그룹은 12명분의 일을 했다. 이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 다양성을 가진 집단이 훨씬 더 생산적으로 일한다는 사실이다. 구성원이 다양성, 즉 서로 다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에너지와 기회가 발현되기 때문이다.
이를 기업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성별, 학력, 나이, 인종 등 배경이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이 모이면 생산성이 더욱 높아진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에서 세계 963개 기업의 수익성 및 성장성 등을 분석해 성과가 높은 상위 12%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공통적으로 조직 내 여성 인력과 비주류 학교 출신 비중이 높았고, 외국인 채용을 활발히 했다고 한다. 다양한 인재를 보유하고 마음껏 일하게 하는 것이 고성과 비결 중 하나인 것이다. 글로벌 장수 기업들이 수십 년 전부터 이를 연구하고 장려한 이유다.
최근 국내 기업도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한 문화적 키워드로 인식하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 여성 인력에 대한 정책에만 국한돼 있다.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좀 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콕스라는 경영학자는 다양성 경영에 대해 “다양한 구성원들의 잠재적인 장점이 최대화되고, 단점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조직시스템을 계획, 실행하는 관리”라고 정의한다.
다양성 확보 후 관리도 문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70%가 조직의 다양성을 위해 여성과 외국인 인력 채용에 힘쓴다고 답한 반면, 다양성 관리와 유지를 위해 힘쓴다고 답한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다양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더불어 이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커뮤니티란 여러 화분을 심고 가꿔라
나와 같은 사람들끼리 어울려 지낼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임원이 정기적으로 참여해 소통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소수계층 직원이 적응하는 것을 돕고 이들이 마음껏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인 IBM은 1995년 다양성 관리를 위해 임원급으로 구성된 테스크포스(TF)팀을 조직했다. 아시아, 히스패닉, 아프리카, 성적소수자, 여성, 장애인, 일반 백인 남성 등 8개 그룹으로 나누고 채용, 승진 등 모든 부분에서 차별 없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과 정책을 마련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소수 그룹에 속해도 다수 그룹과 차별이 없다는 것을 인식한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나와 같은 그룹에 속한 고객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여성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 아시아 시장에서 잘 팔릴 서비스 등 기존 고객층 확대를 가져왔고, 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중소 규모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1998년 1000만달러에서 2003년 3억달러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들을 차별했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성과였다.
# 소수인력을 리더란 열매로 키워내라
채용 과정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다. 여성, 외국인 등을 발굴해 리더로 키워내야 한다. 국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사내 여성임원급 촉진제도를 운영한다. 여성 인력의 능력과 성과를 평가하는 전담제도를 마련하고 1년에 두 번씩 승진 기회를 제공한다. 승진을 못한 경우 리더십 개발 훈련이나 현직 임원의 멘토링 기회를 제공했다. 이 프로그램 시행 후 2001년 7%에 머물던 여성 임원 비율이 최근 부사장급 29%, 이사급 14%로 크게 늘었다. ‘유리 천장’이라고만 느끼던 여성 직원들의 생산성과 사기가 향상된 것은 물론, 리더가 된 이들이 관련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데 참여하는 선순환을 가져왔다.
미국 대법원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판례가 전해온다. “모든 사람은 차별받아야 한다. 일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은 임금을 받고, 공부 잘하는 사람이 더 좋은 학교에 가야 한다. 그러나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흑인은 백인이 될 수 없고, 여자는 남자가 될 수 없으며, 노인은 젊은이가 될 수 없다.” 조직 내 다양성 확보와 관리는 단지 윤리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조직에 대해 느끼는 분노와 긍정의 감정은 기업 생산성과도 직결된다. 서로 다름에 ‘감탄’할 줄 아는 조직 문화야말로 성장의 밑거름임을 잊지 말자.
양나래 < 경영컨설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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