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김기덕 사건 피해자가 4년간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열린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수정 교수 "당시 사건화를 시킬 수 있었으면 묵혀놓지 않았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그는 "위계가 있는 구조 속에서는 본인이 당한 사건의 내용을 발고하기 어렵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 지위의 차이 때문에 입을 다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아무리 고통을 호소를 해봐도 사법정의가 실현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심을 품고 시간을 끌게 된다. 또 본인이 당한 행위가 우리나라의 경우 전형적인 강간 행위가 아니다보니 사건화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성폭력사건으로 발고 된 것이 아니라 갑질에 대한 지적으로부터 시작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발고하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이렇게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는 성폭력 피해자들로서 드문일이 아니다"라며 "성폭력 사건의 공소시효를 없앤 선진국과 우리나라 전례를 참고하면 신고 시점이 언제냐는 논쟁은 사건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여배우 A씨는 2013년 3월 영화 '뫼비우스'에 엄마 역할로 캐스팅돼 전체 출연 분량의 70%를 촬영한 상태에서 김기덕 감독이 폭행 및 베드신 촬영을 강요해 하차했다. 피해자는 2017년 1월 관련 사실에 대해 전국영화인노조에 알리고 고소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전국영화산업노조, 여성영화인모임, 찍는 페미,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소) 등 여성계, 영화계, 법조계 등은 영화계의 잘못된 연출 관행을 바로잡고 모든 영화인 인권 보장을 위해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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