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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수급원리 무시한 규제로는 집값 못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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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방식대로
규제로 강남집값 잡겠다는 정부
원하는 아파트 공급부터 늘려야"

손재영 <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재연되는 가운데 ‘6·19 대책’보다 강력한 대책이 나온다는 소식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유력한 대안인데, 지구 지정이 되면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는 등 재건축이 강력히 규제되고, 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40%로 강화된다. 이 외에도 주택거래신고제 및 분양가 상한제 재도입, 주택세제 강화 등이 거론된다.

이런 부산한 움직임을 보면서 10여 년 전의 주택정책 실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강남 주택가격 상승을 막으려고 온갖 조치를 다 동원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민심만 잃었다. 이런 정책 실패가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인데 현 정부의 인식과 대응에도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지난 2년만 보면 강남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아 보이지만 좀 더 긴 기간, 예컨대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2009년 말에서 올 6월 말까지 7년 반의 기간을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그려진다. 이 기간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14% 올랐지만, 서울 전체와 서울 강남권역은 2013년 말까지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전 기간에 불과 3%씩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15% 올랐고,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증가율은 (작년 말까지) 33%였다. 물가나 소득에 비해 평균적인 주택가격 상승률은 높지 않았다. 일부 주택, 예컨대 재건축 아파트와 신축 아파트 등은 가격이 더 올랐겠지만 다른 더 많은 주택 가격은 오르지 않은 것이다. 소수의 가격 급등 아파트보다 평균으로 나타나는 모든 주택 가격이 정책의 관심사여야 한다.

둘째, 강남 주택 가격이 높다고 해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은 그곳이 아니다. 이미 서민이 구입하기에 비싼 아파트들의 가격이 더 오르든 말든 서민 주거 안정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의 아파트는 약 30만 가구로 전체 주택 가구 수의 2.1%에 불과하다. 국민 대부분이 주택을 구입하고 세를 드는 강북, 수도권, 지방시장에 더 신경써야 한다. 5대 광역시의 아파트는 2009년 말 이래 평균 47%나 올라 물가 및 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정부가 지방 주택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 ‘수도권 침체-지방 호황’의 양극화 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반대 현상은 문제라고 호들갑을 떠는가.

셋째, 혹자는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이 주변 지역에 전이되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지역 주택시장은 강남과 무관하게 전개되고 있다. 2003~2005년에는 강남지역만 오르고 모든 지역이 잠잠했으며, 2006년께에는 강북지역 가격상승률이 강남을 앞섰다. 2010년 이후에는 수도권의 장기 침체와 지방의 활황이 뚜렷이 대비됐다. 각 지역은 나름대로 수급조건에 따라 움직여간다.

정부와 일부 여론은 강남 주택시장에 작은 변화만 있어도 가만두지 못한다. 이런 태도는 강남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을 투기꾼으로, 강남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부정한 재산증식으로 보는 시각을 반영한다. 이런 왜곡된 시각에서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예를 들어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의 평면, 설비, 커뮤니티 시설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소비자들이 이에 뜨겁게 반응함을 말해준다. 이런 추세에 옳고 그름이 있을 수 없다. 정상적인 정책 담당자라면 재건축을 촉진해 하루빨리 수요자들이 원하는 아파트 공급을 늘리고자 할 것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재건축을 억제해 가격 상승압력을 가중시킨다. 시장에 역행하는 이런 정책은 과거에 실패한 것처럼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 노무현 주택정책의 실패는 간단한 수요-공급의 원리를 애써 외면한 결과였다. 한줌의 투기자들만 잡으면 가격이 안정되고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손재영 <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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