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첫 피고인 신문
황성수 "최씨 측 강요·압박에 정씨 지원할 수 밖에 없었다"
[ 좌동욱 / 고윤상 기자 ]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전 대한승마협회장·사진)은 31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출산 후) 몸 상태가 호전되면 본격적인 승마 지원을 하겠다는 말을 본인에게 직접 들었다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법정 진술은 완전히 조작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차관의 증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그룹 경영진이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뇌물을 공여했다는 특별검사팀의 공소 사실을 뒷받침하는 핵심 진술로 거론돼 왔다.
박 전 사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진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48차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박 전 사장은 뇌물 공여 혐의로 지목받는 최씨 일가에 대한 승마 지원 업무를 총괄한 삼성 측 책임자다.
박 전 사장은 2015년 6월24일 김 전 차관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 논의가 이뤄졌다는 특검 측 주장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와 두 번째 만남에서 정씨와 관련한 이야기를 어떻게 덜컥 할 수 있겠냐. 김 전 차관 이야기는 기본적인 진실성이 결여된 증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 전 차관은 이 부회장 공판에 출석해 “박 전 사장이 정씨의 (출산 후) 몸 상태가 호전되면 본격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본인도 몰랐던 정씨 출산 소식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고 증언했다.
이날 법정에 출두한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는 삼성전자가 최씨 일가에 대해 승마 지원을 하면서 최씨 소유 회사인 ‘코어스포츠’에 수수료를 지급한 것에 대해 “최서원(최순실)의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로 알았다”며 “계약 당시엔 코어스포츠가 최씨 소유 회사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삼성 측이 코어스포츠가 최씨 소유의 개인 회사라는 사실을 알고 승마 지원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특검 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그는 코어스포츠에 지급하기로 한 수수료가 최씨 측 요구로 인해 전체 운용비용의 10%에서 15%로 올랐다는 특검 측 주장에 대해서도 “첫 미팅에서 최씨 측은 수수료를 25%나 요구했다”며 “과거 삼성의 마케팅 대행사였던 제일기획 등에 지급한 수수료가 10~12% 수준이어서 10%로 낮추자고 했고 결국 15%로 절충됐다”고 전했다. 그는 “당초 최씨 측 요구대로라면 300억원의 수수료가 지급될 것을 214억원으로 약 90억원 가까이 줄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뇌물을 줄 때와 다르게 삼성이 최씨 측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황 전 전무는 최씨 측 강요와 압박에 못 이겨 최씨에 대한 승마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이 황 전 전무의 자백을 유도하는 듯한 질문을 이어가자 재판부가 “원하는 답이 안 나온다고 해서 피고인이 자백하겠습니까. 빨리 하시죠”라며 질문을 끊는 모습도 연출됐다.
재판부는 황 전 전무를 시작으로 이 부회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 다섯 명의 삼성 측 피고인 신문을 마무리한 뒤 오는 7일 결심 등 절차를 거쳐 8월 넷째 주 1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좌동욱/고윤상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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