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150여곳 인기몰이
중간 도매상 끼지 않고 대량구매, 유통마진 줄여
"소비자 가격 불신 커질라"…아이스크림 제조업계 우려
[ 이유정 기자 ] 권장소비자가격의 반값에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전문 할인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커지고 더운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런 할인점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노마진’(사진)은 ‘도매가 아이스크림 직판장’이라는 콘셉트로 지난 4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4개월이 채 안됐지만 가맹점은 90개(계약완료 매장 포함)를 넘어섰다. 노마진뿐 아니다. 킹아이스크림(36개 점), 청춘유통(29개 점), 와우 더달달 팡팡얼음과자 등 다른 할인점 브랜드도 생겨났다. 이런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전국에 수백 개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대구 등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노마진이 합세하면서 서울 경기권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들 할인점은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 롯데푸드 등 아이스크림 4사 제품 250여 가지를 일반 소매점보다 50~80% 싸게 판다. ‘권장소비자가격 대비 50% 할인’을 내세운 노마진에서 메로나(권장소비자가 800원) 등 바 형태 아이스크림은 400원에 살 수 있다. 월드콘(권장소비자가 없음) 등 콘 형태 아이스크림은 650원이다. 편의점에서 바 종류는 1000원, 콘은 1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전문 할인점이 아이스크림을 다른 소매점보다 싸게 파는 비결은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사와 직거래를 통해 유통마진을 없앴다. 공간도 효율적으로 쓴다. 좁은 공간에서 아이스크림 한 품목만 팔기 때문에 인건비 임차료 등 다른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대량구매와 대량판매로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노마진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매장 인테리어도 현수막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겨울에는 수입맥주 등을 판매해 계절적 영향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들은 할인점 딜레마에 빠졌다. 대량으로 사가기 때문에 매출에는 긍정적이지만, 자칫 이런 판매가 권장소비자가격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아이스크림 제조사 관계자는 “소매채널에 공급하는 가격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추가 물류비용 등 유통구조 때문에 판매가격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매채널과 통합대리점(도매상)의 목소리가 제조사보다 큰 구조이다 보니 제조사에서 판매가격을 제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가격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대형마트들이 등장하면서 동네슈퍼들이 아이스크림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게 계기였다. 미끼상품의 요건은 높은 할인율이다. 처음에는 밑지고 제품을 판매하던 동네 슈퍼들이 점차 제조사에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제조사들도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제품을 밀어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거품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2010년 ‘오픈프라이스(권장소비자가격 표시금지제도)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가격차는 크다. 1000~1500원으로 아이스크림 가격을 책정한 편의점들도 ‘2+1행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아이스크림을 할인판매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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