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사드기지 일반 환경영향평가
사실상 물 건너간 '사드 4기 연내 배치'
야당 일제히 비판…"시간 허비하며 국론분열 조장"
국방부 "일단 배치된 2기로 북한 미사일 요격 가능"
북한 미사일 기습발사, 사드 배치 영향 미칠지 주목
[ 정인설 기자 ] 정부는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서 진행해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신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또 10~15개월이 걸리는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내년에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로 배치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28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정부 방침을 발표했다. 북한은 국방부 발표 뒤 13시간여 만에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해 향후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배치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방부는 작년 11월 성주골프장(148만㎡) 전체 부지 중 32만㎡를 주한미군에 공여한 뒤 조만간 32만㎡에 대한 소규모영향평가 절차를 끝내고 이미 배치한 사드 발사대 2기를 정상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이어 주한미군에 2차로 부지를 공여한 뒤 기존에 준 부지와 합쳐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할 방침이다. 최종적으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반영해 이미 국내에 들여와 보관 중인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로 배치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사드 배치 언제 완료되나
경북 성주골프장에는 이미 국내로 반입한 사드 발사대 2기와 사격통제 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이 임시 배치돼 있다. 원래 국방부는 4월 추가로 들여와 주한미군 부대에 보관 중인 사드 발사대 4기를 연내 배치하려 했다. 이렇게 되면 일반적으로 발사대 6기로 이뤄지는 사드 1개 포대 구성이 끝난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달아 사드 관련 지시를 쏟아냈다. 5월30일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4기를 몰래 국내로 들여왔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진상조사하라고 했다. 6일 뒤엔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받으라는 지침을 내렸다. 국방부가 당초 미군 측에 70만㎡ 부지를 두 차례에 걸쳐 나눠 제공하려 했다는 사실을 숨겼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내놓은 조치였다.
다음날인 지난달 7일 국방부와 환경부를 중심으로 사드 환경영향평가를 논의할 ‘범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여기에서 40일간 논의한 끝에 내린 결론이 이원화 전략이다. 기존 부지는 그동안 진행해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전체 사드 부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넣자는 게 골자다.
국방부는 “발사대 2기 등 이미 배치한 사드 장비는 주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완성한 뒤 지난 24일부터 환경부와 협의 중이다. 조만간 환경부가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기존 부지의 추가 공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사드 부지인 성주골프장 내 도로를 정비하고 클럽하우스와 골프텔을 숙소나 편의시설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드 발사대 2기는 기본 작전 능력을 갖춘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사를 끝내면 사드 발사대 2기는 임시 배치된 것을 넘어 일정 범위 내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사드 반대 주민 설득이 관건
국방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더불어 일반 환경영향평가 준비 작업도 시작한다. 주한미군과 협상해 추가로 제공할 부지 면적을 확정하고 전체 부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전체 부지 면적이 60만~70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보통 10~15개월가량 걸리지만 국방부는 최대한 절차를 앞당겨 내년 상반기 사드 배치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환경부와 국방부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국방부 계획과 달리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성주군 내 사드 반대 여론이 있는 것도 부담이다. 성주투쟁위원회는 이날 “일반 환경영향평가보다 더 강한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는 게 맞다”며 “이미 배치한 사드 장비를 모두 철수한 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 완료가 늦어지면서 주한미군은 임시 배치한 사드 발사대 2기를 전기가 아니라 기름으로 가동하고 있다. 사드 반대 단체들이 성주골프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막아 그 기름마저 헬기로 공수 중이다. 전기 대신 기름을 오래 쓰면 사드의 고장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조치를 이해한다”고 했지만 미 공화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사드 결정 변화를 비판하는 기류가 적지 않다. 이번 결정이 중국의 사드 보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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