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열며]는 한경닷컴 유통·소비팀 네 명의 기자들이 독자에게 건네는 '쇼핑 목록'입니다. 세상은 넓고 신상품은 많지만 우리의 지갑은 얇기만 하죠. 허투루 지갑을 열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이 상품 사야 돼 말아야 돼, '지갑을 열며'가 대신 고민해 드립니다. 이제 똑똑한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소비하는 인간)로 거듭나 볼까요. [편집자주]
스타벅스가 국내 커피 시장에서 1위를 놓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수십 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매달 꾸준히 나오는 신메뉴도 한 몫 할 것이다. 시장에서 스타벅스처럼 꾸준히 신메뉴를 만드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메뉴가 '시즌 한정'으로 팔린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스타벅스의 모든 신메뉴는 시즌 한정으로 팔리다가 일부 인기 메뉴만 고정 메뉴가 된다.
인기를 얻었다고 무조건 고정 메뉴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는 생각에 더 신메뉴를 찾게 된다. 실제 스타벅스의 시즌 한정 메뉴들은 대부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다. 다른 커피 브랜드들의 신메뉴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지난 25일 출시된 신메뉴 3종도 오는 9월4일까지만 판매된다. 대략 40일 정도 판매되고 사라지는 셈이다. 40일만 즐길 수 있는 신제품 음료 3종, 리얼 콘 프라푸치노와 피치 리치 블렌디드, 썸머 파인애플 블렌디드를 얼른 맛봤다.
◆옥수수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는 맛…리얼 콘 프라푸치노
옥수수와 음료의 조합이 아주 드문 건 아니지만 찬 음료로 마시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리얼 콘 프라푸치노의 맛은 어딘가 낯익다. 바로 옥수수 아이스크림이다.
스타벅스는 멕시코 스타일에서 신메뉴의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한 때 인기였던 옥수수맛 아이스크림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스크림만큼 달지는 않다. 기존 프라푸치노류의 단 맛이 과도하다고 느껴졌다면 환영할 만한 변화다.
풍성하게 들어있는 옥수수 알갱이도 딱딱하지 않고 알맞게 씹혀 음료에 짭짤한 맛을 더해준다. 휘핑크림 역시 옥수수와 궁합이 잘 맞는다. 신메뉴 3가지 중 가장 진입 장벽이 높지만 완성도 또한 높다.
프라푸치노용 굵은 빨대를 이용해도 옥수수 알갱이가 중간에 걸리는 건 단점이다. 어떤 경우에는 알갱이가 중간에 끼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가격은 톨 기준 5900원.
◆바다를 느낄 수 있는 휴양지 음료…썸머 파인애플 블렌디드
썸머 파인애플 블렌디드는 파인애플 소스에 코코넛 밀크를 넣은 음료다. 파인애플의 모난 맛을 부드러운 코코넛 밀크가 감싸 준다.
코코넛 젤리가 들어 있어 다소 심심한 식감도 보충해 준다. 파인애플 과육은 있지만 씹히는 느낌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파인애플을 이용한 것치곤 다소 무난한 맛이다. 가격은 톨 기준 6300원.
◆고급스러운 쿨피스 맛…피치 리치 블렌디드
신제품 3종 중 SNS에서 가장 열띤 반응이 나오고 있는 제품이다. 고급스러운 쿨피스 맛이라는 평이 많다. 복숭아의 상큼함보다는 달콤함에 방점이 찍혀 있다.
붉은 유스베리 티를 더해 색깔은 진하지만 맛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 대신 유스베리 티의 새콤함과 떫은 맛이 더해지면서 조금 더 복잡한 맛이 됐다.
복숭아 과육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기존의 스타벅스 블렌디드 음료보다 묽은 편이며 세 음료 중 가장 특색없는 복숭아 맛이다.
고급스러운 쿨피스 맛에서 방점은 '고급스러움'이 아니라 '쿨피스'에 찍혀 있다.
피치 리치 블렌디드는 톨 사이즈로만 제공된다. 가격은 6100원.
◆달지 않은 디저트 음료의 의의
세 메뉴 모두 생각보다 달지 않다. 좋게 말하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개성이 없다. 커피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마실 수 있는 메뉴가 늘어났다는 것은 반길 만 하다.
스타벅스 고객들이 스타벅스에 가장 많이 요구하는 주문 중 하나는 과일음료나 차 등 비커피 음료의 종류를 늘려달라는 것이다. 스타벅스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오고 있다. 티 전문 브랜드인 티바나 인수로 메뉴를 늘렸고 과일음료도 꾸준히 추가하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신제품에 이용된 복숭아나 파인애플은 경쟁 프랜차이즈는 물론 개인 카페에서도 흔히 시도되는 재료이니만큼 코코넛밀크나 티 블렌딩으로 시중의 과일음료들과 차별화를 하려고 한 점이 느껴진다.
개성이 부족한 무난한 맛이라는 점은 아쉽지만, 여름 시즌이 끝나기 전에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하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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